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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을 찾다가 통장 잔액에 놀랐다. 놀라서 거래내역을 조회했다가 지난달 카드값에 놀랐다. 많이 나올 것 같아 적당히 모르는 척 하고 지냈는데, 모르는 척 하는 게 능사는 아니구나. 끊어야 하는 게 공연, 치킨, 친구, 책구입... 근데 왠지 친구 ㅍㄹㅁㄹ만 끊으면 될 것 같은 느낌. 이렇게 지난 두달여의 시간을 돌아보니 내 삶은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ㅍㄹㅁㄹ과 공연에 갔다가 뒤풀이로 치맥을 했다." 어쨌든 이렇게 파산해버리기 전에 절약을 해야만 한다. 일단 공연부터 끊어야 할까.

  공연중독에 빠진 내가 공연을 한번에 끊으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 다행히 우리에겐 지난번에 언급했듯이, 무료공연이 있다. 요즘은 세종문화회관 데크프라자에서 열리는 한여름밤의 세계음악여행이 고마운 존재다. 좋아밴의 공연에 이어 우쿨렐레피크닉을 보기 위해 광화문으로 향했다. 정각 여덟시에 도착한 그 곳엔 이미 관객들이 한 가득. 지난번과 같은 자리에 앉았더니 바로 우쿨렐레피크닉이 올라온다.






 우쿨렐레피크닉을 검색해보면 '브로콜리 너마저'의 전 멤버 계피, '하찌와 TJ'의 조태준, '복숭아'의 이병훈이 주축이 되어 만든 국내 최초의 우쿨렐레 밴드라고 나온다. 이 무대엔 왜 계피가 없을까. 저 다른 멤버들은 누굴까. 끊임없는 궁금증에 예의 없게도 공연 중간중간에 계속 검색을 해보지만 우쿨렐레피크닉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다. 검색된 웹페이지에선 밑줄친 저 문장만 끊임없이 반복될 뿐이다.

 어쨌든 TJ는, 예뻤다. 지난 MnetPub에서 점점 술에 취해가며 노래하는 TJ를 봤기 때문일까. 그날에 비해 너무도 말끔한 모습에 자꾸 킬킬거리게 된다. 그 때 TJ가 우쿨렐레피크닉 앨범과 우쿨렐레 교본에 대해 열심히 얘길했었는데, 결국 우쿨렐레피크닉의 무대를 이렇게 만난다. 8월에 공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난 캐거지니깐...

 귀에 익숙한 남쪽끝섬을 포함해 우리두리, over the rainbow 등을 연주했다. 이 행사의 안내 책자에 "하와이 전통 악기인 우쿨렐레의 맑고 아름다운 소리가 우리를 지상의 천국으로 안내할 것이다" 라고 써있는데, 그 때 내가 본 게 지상의 천국이었을까? ㅋ 이 여름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으며 한가로이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게 지상의 천국이라면, 대략 비슷한 느낌이긴 하다.

 마지막곡이 끝나고 나온 앵콜 요청. TJ가 "어? 앵콜곡 준비 안했는데..." 라면서도 무슨 곡을 준비한다. 그 노래는 바로 장사하자. 어이쿠~ 옆에 있던 다른 멤버들도 당황하고 웃는 모습이 웃음을 더한다.




 노래 중간중간에 이전의 곡은 다 잊고 이 노래만 기억하는거 아니냐고 하는데, 빙고. 집에 가는 내내 "장사하자" 멜로디가 계속 귀에 맴돌아서 혼났다. 예쁜 공연 분위기를 앵콜곡 하나로 가볍게 말아드시는 센스♡, 역시 내가 아는 TJ가 맞나보다. 하하하-





 우쿨렐레피크닉 무대가 끝나고 잠깐 망설였다. 이대로 집에 갈 것인가, 나머지 공연을 계속 볼 것인가. 우물쭈물대는 동안에 두번째 팀이 올라왔다. 아프리카 타악그룹 '쿰바야'. 아프리카 타악그룹이라기에 아프리카 사람들이 올라올 줄 알았는데 한국인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흠칫 놀랐다. 아- 어찌나 무지한지.





 두어 곡이 끝나자 입장한 댄서팀. 아주 가끔 영화에서 보는 걸 제외하고는 아프리카 음악을 접할 기회가 없는데 이렇게 아프리카 댄서팀의 춤까지 더해져 아프리카 전통음악을 듣는 건 정말 새로운 경험이다. 남아있길 잘했다는 눈빛을 친구와 교환한다.





 
 공연 끝무렵엔 앞에 앉은 관객들까지 무대 위로 이끌어서 함께 춤을 춘다. 다들 빼지 않고 의외로 잘 따라하는 모습에 더 즐거워진다.
후에 찾아보니 쿰바야 인터넷 카페에서 아프리카 댄스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전혀 모르던 세계였는데, 신기하다. 좋아밴의 공연은 정말 좋아밴이 좋아서 구경한 거였는데, 이제서야 이 "세계음악여행"이라는 행사의 취지가 이해된다.


  연주 중간중간에 쿰바야의 리더 곽연근씨가 곡에 대해 설명한다. 그 중 노예가 되었을 때와 해방되었을 때 연주한다는 곡에선 감정이입을 하며 들어보라고 제안하는데 그래서인지 특히 그 곡들이 마음에 남는다. 슬픔을 연주하는 김보성씨(사진 중 가장 오른쪽)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그 모습을 보며 순간 울컥하기도...






  아프리카 댄서팀의 춤이 흥겨워 사진으로만 남기기 아쉬웠다. 그래서 짧은 영상 하나.




  보통 공연을 보러 가면 "오늘도 놀아보자"며 내 사진을 한장 찍고, 공연이 끝나면 "오늘도 잘 놀았다"고 공연 한장면 한장면을 꼽씹어보곤 한다. 이번 '한여름밤의 세계음악여행'은 "놀자"며 가진 않았지만 끝나고 나면 이렇게 좋은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었다는 데 고마움을 느끼곤 한다. 이번주 금요일, 마지막 공연까지 잘 마무리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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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