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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2

  1. 2011.05.19 뭘 봐도 다 우리네 삶이래. - 소스코드
  2. 2011.05.12 이게 다 인생인거지, 써니.
교실로 들어오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난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옆에 있던 친구의 손을 붙들고 아래층으로 뛰기 시작했다. 3층을 지나고 있을 때 큰 폭발음이 들렸다. 잠시 친구와 얼굴을 마주본 후 더 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땐 이미 경찰과 구경꾼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밑에서 올려다본 학교 건물은 처참했다. 내가 있던 교실을 포함해서 5층의 네개 교실 정도가 폭발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사상자는 많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전히 붙잡히지 않은 채 학교 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빠져 나오는 게 정당한 행동이었을까. 그 때 다른 조치를 취했다면,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그토록 클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괴감은, 꿈에서 깨어난 이후까지 계속 됐다. 이게 만약 현실이었더라면- 직감적으로 위험을 알아차렸다면, 난 내가 혼자 살아남는 대신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무의식에서 펼쳐진 꿈 속에서 난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여전히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꿈엔 오류가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직접 들어와 폭발물을 설치하고 그 즉시 그 공간을 폭발시켜버린다. 그런 식으로라면 그 남자도 거기서 함께 죽어야 했다. 교실 한 칸은 폭발시킬 수 있지만 그 다음 교실이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불이 나고 폭발해도 살아남는 영화 주인공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얘기였다. 그래서 내 죄책감은 거기서 끝났다. 아니 꿈에 대해 아예 잊었다.


꿈이 다시 생각난 것은, 소스코드에서 기차가 폭발하면서였다. 기차의 폭발과정을 몇차례나 보면서, 새벽에 꾼 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 스스로에 대한 변명 혹은 위로를 하며 "이 꿈엔 오류가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주인공처럼 몇 차례나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여긴 오류가 있다'면서 외면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오류도 '콜터가 깨어나보니 션이 됐다'란 것보단 덜 허무맹랑할테니 말이다.

영화는 감독이 마음먹은대로 흘러갈 거라 처음부터 예상했다. 어차피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세계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을테니, 아직까지는. 주인공이 세계를 바꾸든, 깨어보니 이 모든 게 꿈이든 그렇게 큰 상관은 없다. 감독도 이런 마음이었는지, 굳이 소스코드에 의해 펼쳐지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에 모든 게 멈춰버리는 순간이 있다. 혹자는 그게 마치 게임에서 다음판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loading...'의 순간이라고도 한다. (재밌는 해석이다.) 그게 어떤 의미든 그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건 평온한 일상이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삶이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그 부분 아니었을까. 네이버검색의 '소스코드' 연관검색어에 '소스코드 결말'이 있지만, 어쩌면 결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모두 결말에 대한 검색은 그만두도록. 엥)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현실이라 생각하고 사는 나는, 폭발물이 터지는 교실에서 홀로(정확히는 친구 한명과) 탈출하여 죄책감을 느끼는 나와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그저 하필이면 소스코드 라는 영화를 보려고 한 날 새벽에 그런 꿈을 꿔서 꿈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길게 가는 것 뿐이다. 그 남자가 누군지 밝혀내라고 누군가 나를 소스코드 안에 쑤셔넣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가상현실은 실제현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인지- 아니면 나란 애가 원래 꿈 속의 자아에게까지 책임감을 느끼는 '졸라' 착하고 바른 애이기 때문인지는 8분 후에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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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인생인거지, 써니.  (0) 2011.05.12
:
Posted by libhyon
2011. 5. 12. 01:03

이게 다 인생인거지, 써니. 영화이야기2011. 5. 12. 01:03

1. 두 달이 지났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도. 영화를 본 지도. 함께 그리고 따로 영화를 참 많이도 봤는데, 그 사람과 함께 하지 않게 된 이후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참 이상도 하지. 문득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말이다. 퇴근 셔틀버스가 서는, 바로 그 앞에 있는 극장에 예매를 했다. 평이 나름 괜찮은, 써니.

2. 고등학생 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영화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한 딸의 신경질적인 모습을 본다. 추억 돋는다. 아- 난 아침마다 가라앉은 기분을 주체할 수 없는 저혈압 학생이었지. 그 기억부터 되살아나다니. 허무해서 혼자 큭큭 웃어댄다. 정상 혈압인 지금 상태가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3.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물이 터지는 영화란다. 아 정말. 몇번이나 울고 싶어졌다. 실제로 어떤 장면에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인생 참 거지 같지. 인생을 대입시키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나나 보다.
누군가 말했다. 장점과 단점이 많은 영화라고. 난, 이 영화가, 우리네 인생과 너무 많이 닮아서 그런가보다고 중얼거려본다.

4. 오늘 아침. 영화에서처럼 똑같이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낸다. 한 친구의 연락처를 묻는.
저녁에 만나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돈 문제다. 서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우리 중 가장 부유했던 그 애가 우리한테 돈을 빌리러 다닐지 누가 알았겠냐."
그러고 보니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래, 이게 딱 그런 거지.

5. 모든 일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두 달 여 동안 몇 차례나 우리에게 벌어진 상황을 떠올려봤다. 그 중 한두가지를 피했다 한들, 결과가 달라졌을까. 이 영화는 어쩌면 내게 "그게 인생이다"란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삶.



다른 얘기.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만히 앉아있으면 직원이 들어와 노려본다. 어제도 모두가 다 나갈 때까지 앉아있다가 도저히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무비위크의 기사를 읽다가   영화의 크레딧이 끝나면 에필로그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 속상하다.
영화가 괜찮으면 엄마와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이신 친구분께 영화 티켓을 끊어드리려고 했는데- 엄마나 친구분의 정서는 아닌 거 같다. 나도 우리네 삶을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영영 에필로그는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걸까. 암튼 속상하다. 그냥 이것도 인생이라고 치면 좀 간단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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