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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4 어떻게 살까.
  2. 2010.05.25 힘을 내요, 나의 이천십년 오월 이십오일. 2
  3. 2010.01.06 오늘 밤이..
  4. 2010.01.05 제3..
  5. 2009.07.16 kbs
  6. 2009.06.24 rleh
  7. 2009.06.22 혈옹
  8. 2009.06.18 고맙다
  9. 2009.06.09
  10. 2009.05.29 ▶◀
2010. 6. 24. 03:14

어떻게 살까. 오랜 이야기/글2010. 6. 24. 03:14

고 1 어느 미술시간에,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리라고 했다. 그 그림은 평가를 안했던 걸로 기억하고, 나도 완성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그 10년”은 이미 지나버렸는데도- 난 아직도 그 미술시간을 떠올리며 고민을 한다. 난 그 때 어떤 그림을 그려야 했을까.

며칠전 점심시간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가는 길엔 버스를 탔으나 돌아오는 길엔 걷는 걸 택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엔 아이폰, 또 다른 손엔 '인물과 사상' 잡지를 들고- 청바지에 편한 티셔츠에 에어컨 바람에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얇은 재킷을 입고 잰걸음으로 걷는 나. 고 1때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그때 생각했던 느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으로 살기. 잘 살고 있는걸까. 아- 사실은 근데, 잘 살고 있는건지에 대해서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고민이 컸다, 그 날은.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2006년, 항상 날 지켜주겠노라고 말씀하시던 아빠가 쓰러지셨다. 어려움 모르고 자란 평범한 집 막내딸의 인생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 그 시간을 견디며 난- 지금 돌이키면 참 우습게도..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txt 파일은 다 모아서 pmp에 넣어두고 열심히 읽어댔다. 근데 신기하게도, 의도하지도 않게 한국전쟁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했다.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등.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보는 한국전쟁과, 그동안 살면서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소위 '빨갱이'들의 시각. 이 때문에 사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유시민씨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고민이 정점에 달하게 됐다. 이런 사상은 사람을 위한 것인가, 공산주의 혁명은 사람의 욕심이 아니었으면 성공했을까 로 시작한 물음은-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질문에까지 도달했다. 그러곤 1년 동안을 어떻게 사는 게 맞는 삶인지 찾기 위해 참 많이도 끙끙댔다.

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지금 던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질문은 2006년에 했던 그 질문과 완전히 다르다. 그땐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했지만, 난 지금 완벽히도- 내 개인적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지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난 벌써 30대의 삶을 살고 30대의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 때와 다르게 밥벌이를 하고,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고, 밥벌이의 고단함 때문에 현실과 너무나도 많은 타협을 해버렸기에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건 너무 먼 얘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에 했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세브란스병원의 주일 오후 예배 설교 시간에 찾았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이었다. 내가 좀 착실한 사람이었더라면, 어떻게 사는 게 빛과 소금의 삶이고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까지 고민했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기에 답을 찾는 순간 그 질문을 내려놨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개인적인 삶을 위한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질문을 던지기 전까진.

빛과 소금이 되라는 건, 사실 지금 내가 던지는 개인적인 삶을 위한 질문에도 해당할 수도 있겠다. 빛과 소금처럼 사는 삶. 아 얼마나 멋져. 하지만 이건, 바라볼 때 멋지지 내가 사는 방식이 될 땐 좀 피곤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차마 빛과 소금처럼 살겠노라하는 결심조차도 못하겠다. 지금 잠드는 게 싫고 해가 뜨면 출근하는 게 괴롭고 이렇게 하루 일주일 한달이 흘러가는 게 두려울 따름인데- 빛과 소금처럼 살자 하는 건 너무도 거창한 말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난 지금, 단지 이런 하루하루가 못견디게 괴로워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란 질문을 하는 걸까. 뭘 해야 지금이 행복하고, 오늘이 행복하고, 일주일이 행복하고, 내 인생이 행복할까. 이렇게 고민을 하다보면, 내가 추구하는 게 "행복"인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맞는건가에 도달하고- 난 또 결국 어떻게 사는 게 맞는 삶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겠지. 같은 글자로 이루어진 질문인데 다른 대답이 나오는 특이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써내려가다 보니,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되는 질문이었구나.

이래서 난 4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나 보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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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요시다 슈이치 + 디자인 앤 커피의 커피 한잔.



우리 동네에 이토록 아담하고 예쁜 카페가 있어서 다행이다.

말랑말랑한 책을 읽어야지 생각해도, 매번 구입하는 책이 진중권 김규항 우석훈 등이다. 세상 걱정 하느라 더 늙어. 그러다 갑자기 요시다 슈이치가 간절히 그리워졌다. 일본 작가 중 유일하게 좋아하는 사람- 요시다 슈이치의 문장을 꼭꼭 씹어 읽으면 왠지 더 행복해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지난주 연휴 동안의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로 기분은 완전 충전, 컨디션은 완전 방전시켰다. 그 곳에서의 설렘으로 월요일 아침까지도 신나했지만, 그 기분은 10시에 끝나버렸다. 금요일에 쉬는 바람에, 거기에 이틀을 '제대로' 놀아버리는 바람에- 월요병을 온전히 앓았다. 끙끙.

난 스스로 처방전을 내렸다. 요시다 슈이치. 그리고 아딸 떡볶이. 그걸 먹고 읽는다고 갑자기 호랑이 기운이 넘쳐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힘을 낼 핑계는 생기니깐. 떡볶이를 먹고, 도서관에 가서 요시다 슈이치 책을 세 권이나 빌리고, 동네 카페에 가서 커피 한잔을 마셨다. 1g쯤은 행복해.

요즘 날 설레게 하는 데이브레이크 오빠들. 라디오천국에 슬쩍 문자를 보내본다. '신청곡 데이브레이크 좋다//데이브레이크 오빠들 초대해주세요' 오빠들이 뿜어내는 밝은 에너지가 고맙고 또 고마워서 살짝 눈물이 났던 건 비밀. 뷰민라 때 박묭과 티케가 규찬옹의 You raise me up을 들으며 눈물 흘렸던 게, 이거와 비슷한 종류였을까.

참. 열심히도. 행복을 찾아. 헤매는 거 같다. 뭐든 자꾸 찾아 나서는 내가 기특하기도 하고, 아등바등대는 것 같아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네. 커피 한잔에, 떡볶이 한 접시에, 좋아하는 작가의 문장 하나에, 음악에, 나를 맡겨. 행복하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이 마음 가득히 품고 잠이 들면- 내일 하루도 행복할까.
힘을 내요, 나의 이천십년 오월 이십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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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6. 11:20

오늘 밤이.. 오랜 이야기/글2010. 1. 6. 11:20

"오늘밤이 고비입니다"

이 말을 듣고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시간을 견디는 일.

즉, 환자가 잘 견뎌내길 기도하는 것과, 그 환자를 지켜보는 내가 무너지지 않고 잘 견디는 것.

 

그 시간을 견디고 나면-

기다리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모습을 버릴 수 있게 된다.

기다리는 법을 알게 된달까.

하지만...

내 옆의 누군가가 언제 떠날지 모른다는 초조함은 극에 달해-

관계에 대한 불안감은 배가 된다.

이걸 이겨내는 방법은,

다시 또 그 시간을 견뎌내는 거다.

그 감정이 점점 무디고 닳도록 그저 그렇게.

 

시간을 견뎌내기.

너무 소극적인 방법 같지만,

그래도 다행이잖나-

난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끊임없이 흘러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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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 5. 10:11

제3.. 오랜 이야기/글2010. 1. 5. 10:11

영화를 보는 동안 내 스크린에는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제3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극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줄곧 그 곳에 서있다.

글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장르와 상관없이 그는 곳곳에 새겨져 있다.

내가 딴 생각을 하거나 내용에 몰입하지 못하는건 결코 아니다.

그냥 그가 그 곳에 있을 뿐이다.

마치 처음부터 그 곳에 있었던 것처럼.

 

 - 난 널 비우지(네 표현대로라면 '지우지') 못할 것 같다,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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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7. 16. 10:16

kbs 오랜 이야기/글2009. 7. 16. 10:16

6월 14일에 내 다이어리에

 

"이건 비밀인데..

아니, 사실 비밀도 아닌데

KBS 이병순 사장의 단 한 가지 목표는

흑자경영을 통한 연임이라서

아무런 사업도 못 하게 하고

돈 들어가는 프로그램 제작도 절대 못하게 꽁꽁 묶어놓고 있다.."

라는 일기를 썼었다.

 

그리고 약 한 달이 지나서 드디어 기사가 떴다.

"KBS 흑자과시 이병순 재임용 카드?"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1328)

 

회사에서 공공연하게 다 나오던 얘기였고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막상 기사로 뜨고 보니 허탈하기 그지없네.

 

드라마가 시청률에 따라, 혹은 시청자들의 입김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경우는 봤지만 사장의 한 마디에 바뀌는 건 정말 뭔가 싶다.

앞에선 경영개선을 떠들지만, 시청자들 눈에도 정말 그렇게 보일까.

 

KBS의 흑자는, 절대 경영을 잘 해서 이룬 게 아니라는 걸-

지금처럼 경영한다면 절대 '차마고도'와 같은 대작은 다시 만들어질 수 없다는 걸-

비정규직 해임에 앞장서면서 더이상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 얘기할 수 없는 방송이 되리라는 걸

최소한 이걸 읽는 사람들만이라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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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4. 14:17

rleh 오랜 이야기/글2009. 6. 24. 14:17

2006년 2월말, 아빠가 쓰러지신지도 이제 3년하고 4개월이나 되었습니다. 며칠전 아빠의 근황을 묻는 어떤 분께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나중에 돌아보면.. 아빠한텐 떳떳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엄마한텐 불효자식으로 남을 것 같다고.

이 말을 한지 이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아직 그 '나중'이 되지도 않았는데... 전 이미 불효자식이 되었습니다.

 

흔히 사람들이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아빠가 병원에 입원해서 가만히 누워계시는 거 아니냐는 것입니다. 보호자는 옆에 앉아 지켜보고만 있고.

사실 '가만히 누워있는 것'은 수술을 마치고 회복하는 환자에게만 해당되는 얘깁니다. 아빠와 같이 재활환자는 아침식사 후부터 저녁식사 전까지 계속 재활치료를 받습니다. 물리치료, 작업치료, 기구를 이용한 운동 등..

보호자는 계속 따라다니며 보살피는 것은 물론이고, 아빠처럼 스스로 거동을 못하는 경우 한 사람의 생활을 대신 살아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잠시도 옆을 뜰 수 없고 쉴 틈도 없는 생활입니다.

특히나 우리아빠는 너무도 예민해서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옆에 있을 경우 너무 힘들어 합니다. 언젠가 엄마가 지쳐 잠시 간병인에게 맡긴 적이 있는데- 며칠 지나지도 않았는데 얼굴이 까칠해지고 표정이 다른 사람처럼 되어 버린 아빠의 모습에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위해서는 간병인을 쓰는 게 맞을텐데.. 제 수입은 우리식구 생활비를 따라갈 수도 없는 수준이고, 매달 만만찮은 병원비 때문에- 간병인 쓰는 비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 우습지도 않은 돈을 벌어보겠다고, 매일을 아등바등대고 있고.. 그래서 평일날 아빠를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아니... 가능했을수도 있지만, 난 그래도 일하지 않냐고- 주말엔 절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지 않냐고 스스로 핑계를 만들어댔던 것도 같습니다.

 

엄마가 지치고 아픈 것을 알면서도.. 어찌할 바를 몰라서 모른 척 했던 게 사실입니다. 작년 언젠가 한약을 한 번 지어드린 게 다였던 것 같습니다.

엄마가 눈이 좀 이상하다고, 동네 안과에 갔다왔다고 말했을 때.. 맘이 덜컥 내려앉았지만 그래도 괜찮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어제 서울대학병원에 예약해서 진료를 받고, 수술 날짜를 받아오셨습니다.

망막을 잇는 부분이 끊어졌다고-

 

"서울대학병원에서 수술하면 괜찮잖아. 수술하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근데.. 지금 우리집 상황에선 막막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엄마가 없는 동안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망막 수술을 하면 한 달여간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엄마의 간병은 어찌 해야 하는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어디까지인지...

도무지 모르겠는 것 투성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엄마에게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제 자신도 너무 비참하고, 무엇보다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참 멀리도 온 것 같은데... 아직 갈 길이 멀었나 봅니다.

이젠 세상을 그만 알아도 될 것 같은데, 이젠 제 자신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다 알아버린 것 같은데... 아직 제가 알아야 할 게 더 많이 남았나 봅니다.

 

너무 막막합니다.

너무 막막합니다...

미치도록 막막해서... 부끄럽지만..이렇게 글을 씁니다. 기도해 주세요.

불쌍한 우리 엄마 아빠를 위해서, 뭘 해야할지 모르는 너무도 어리숙한 저를 위해서... 이 모든 상황을 위해서 기도해 주세요.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기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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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2. 18:27

혈옹 오랜 이야기/글2009. 6. 22. 18:27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구십.... 쿨럭.

어쨌든 해철마왕님께서 음악도시를 진행하실 때였는데 말입니다.

그날 오랜만에 음도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켰단 말입니다.

그럼 당연히 중저음의 해철님 목소리가 흘러나와야 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누구의 목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전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생 한번 쓸까말까한 단어를 써버리게 되었던 겁니다.

"감미롭다."

도대체 이 '감미롭다'란 단어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처음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전 내용보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에만 집중했습니다.

"땜빵DJ 유 흐지부지... 입니다."

응?

유열이라고 얼핏 들었지만, 유열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또 해철님 땜빵을 할 군번은 아니었기에- 또 계속 들었습니다.

유열? 유혈? 유희열~



아,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목소리만 듣고 한 사람에게 반할 수 있고

목소리 때문에 한 사람에게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익스플로러 창을 열고 '유희열' 치면 그만이겠지만

그 당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에 나섰습니다.

도대체 유희열이 누구인가!



또래 친구들은 정말이지 단 한 명도 아는 애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원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우리오빠.

유희열 이꼬르 토이 라는 사실을 알고,

오빠의 책상 서랍에 토이 2집 테잎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습니다.

오빠의 책상 서랍을 가만히 열고 테잎을 꺼내는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테잎을 집어든 손이 떨려 떨어뜨릴 뻔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속지를 펼쳐...

며칠동안 절 잠 못 이루게 한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전 아직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왜 제가 그 날 이후 사흘 밤낮을 폐인으로 살았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외모가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전, 너무 어렸던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평생 단 한번 경험할만한 '목소리 감전'을 잊지 못했기에..

제 자신을 다독이고 다독여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분은 저의 왕자님이 되었습니다- ♡

(하지만 그 이후부터 어깨 좁은 남자에게는 유난히 신경질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 고등학생이 되었고

당시 여고생은 딱 두 부류가 존재했습니다.

HOT를 좋아하는 사람, 젝스키스를 좋아하는 사람.

휴..... 네! 예상하셨듯이, 전 왕따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하는 앙케트에-

좋아하는 연예인을 쓰는 난에 "유희열" 석자를 적어 넣자

앙케트를 만든 그 친구의 표정과 말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넌 꼭 이상한 애들만 적더라!"

'이상한 애....이상한 애...이상한 애....'



그 순간은 매우 슬펐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하하 웃을 수 있는건

약 3년 후 그 친구의 말 또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나 토이 너무 좋아~♡"

그 친구는..한참전 제게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했던 걸 기억이나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후로 전 힙합에 빠져, 또 패닉에 빠져 그들을 한참 쫓아다녔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분은 제게 '두근거림'입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후속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나온다고 할 때의 그 설렘은- 10대때 느꼈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회사의 코너를 돌며 누군가와 부딪힐 뻔 할 때마다

전 그분과 마주치는 상상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신기한 사람이 지나가도 체면상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지만

유독 그분을 만난다면, 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오랜 감정을, 단지 "팬이예요" 라는 한 마디에 담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난 오늘도, 코너를 돌 때마다 두근거립니다.

마치 그분 목소리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던 십여년 전 그 때처럼.

하지만 부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소라씨에게 들은 그분의 어깨는.......... 휴.......... ㅋ



그분과 마주치기를 기대하면서 난, 그분을 만나지 않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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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18. 14:04

고맙다 오랜 이야기/글2009. 6. 18. 14:04

막장드라마에 질릴대로 질린 상태에서

고마운 존재였던 '그저 바라보다가'

 

베토벤바이러스, 바람의 화원 이후 처음으로 챙겨보는 드라마다.

어쩌면 너무 뻔할 수 있는 내용인데-

뻔한 스토리를 유쾌하게, 예쁘게 그려내는 모습이 좋다.

주인공 황정민, 김아중도 연기를 어찌나 예쁘게 하는지.

동생들 이청아, 백성현 또한 유쾌의 극치.

 

캐릭터도 매력적이지만

갈등을 극단적으로 풀지 않고 재치있게 해결해나가는 것도 이 드라마의 큰 특징이다.

화면도, 내용도- 지켜보는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예쁜 드라마.

 

어제 못 본걸 다운 받아 보고 나서야 오늘이 마지막회라는 걸 알았다. 베바, 바람의 화원 때도 이렇게 아쉽지는 않았는데. ㅋ

 

이적, 김진표, 드렁큰타이거, 조규찬, 아웃사이더 등이 앨범을 내면 "고맙다"라는 표현을 쓰게 된다. 그들이 음악을 하고 앨범을 내주기에, 그것을 통해 행복을 느끼기 때문. 그래서 그들에게 지불하는 돈이 전혀 아깝지 않다.

드라마에 이런 감정을 느끼는건 극히 드문 일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얘길 듣기에 충분하다. 유쾌해서, 행복해서, 예뻐서- 참 고맙다. 내가 유쾌해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어서, 내 마음까지 예뻐지는 것 같아서- 참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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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6. 9. 16:00

오랜 이야기/글2009. 6. 9. 16:00

노무현 대통령이 추진하던 '한미FTA'를 신랄하게 비판한 PD수첩은, 노대통령에게 직접 PD들과 토론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는다.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신랄하게 비판한 PD수첩은, 정부로부터 고소 당하고, 제작진들이 체포를 당한다.

 

 

 

이런 식으로 비교하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올초부터 인터넷에 떠다니는

"노무현은 조중동과 싸웠고 이명박은 초중고와 싸운다..."라는 글은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아서 읽는데 그닥 유쾌하지 않았다.

 

근데 그런 내가 비교를 하고 있는 이유..?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추모 열기를 단지 '냄비 근성'이나 '부화뇌동'이란 단어로 단순화시키려는 사람들이 답답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책 중에 맘에 안 드는 게 대부분이었고

어쩔 때는 답답하게도 느껴졌다.

그래서 재임기간 중 절대 지지할 수가 없었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알았다.

있을 때는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그걸 빼앗기고 나서는 간절해지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걸.

'설마 이렇게까지 할까'라는 일들이 너무 쉽게 벌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상식이 통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 당시 대통령이 국민에게 지켜주려고 했던 그것들을, 그 때는 깨닫지 못하다가 그 분이 떠나고 난 후에야 느끼는 자신에 대한 한탄, 지극히 상식적이었던 분을 영영 잃어버렸다는 슬픔 등이 뒤섞여..

나처럼 임기 내내 비판만 했던 사람도 이렇게 큰 비통함을 느끼는 것이다.

왜 이런 감정을 '냄비'라고 깎아내리지 못해 안달일까.

이런 의식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조중동이 말하는 '냄비'를 그대로 따라말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부화뇌동'이 아니냔 말이다.

군중심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 자신만 놓고 본다면 토요일 오전 출근해서 홀로 사무실에 앉아 네이트온 속보로 소식을 듣고 기사를 열었다. 집에 전화해 엄마한테 얘기한 걸 빼면 그 누구와도 접촉하지 않았다. 약 10분간 멍하니 있다가 혼자 끅끅대고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신들에게 유감스럽게도)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이 나뿐이 아니란 사실이다.

 

군중심리에 부화뇌동해서 냄비처럼 들썩였던 사람들도 있다는 건 안다. 근데 모든 사람을 그렇게 치부해선 안 되고, 모든 사안을 그렇게 단순화 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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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5. 29. 18:04

▶◀ 오랜 이야기/글2009. 5. 29. 18:04

늦어서 죄송합니다.

 

 

꽃 한 송이 못 드리고,

인사 한번 못 드리고 보내는걸까 싶어서

마음이 무거웠는데..

화장터로 향하시던 그 시간에서야..

회사 안의 분향소에 갔습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당신이 대통령이실 땐 몰랐습니다.

이젠 우리 사회가 발전한 결과라고..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당신이 물러나신 후에야 당신의 노고를 조금씩 이해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떠난 이제서야 당신의 마음을 느끼고 있습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제 입에서 나온 말들에 대한 체면 때문에

당신의 가치를 아직은 차마 표현할 수 없었는데

기다려주지 않고, 이렇게 가시면 어찌합니까..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나라에 대한 비통함에 울고

당신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에 울고

'바보 노무현'이 자꾸 생각나서 웁니다.

이렇게 뒤늦게 울고 있는 제게 '너무 슬퍼하지 마라' 하시고

그 말에 가슴이 저며올 정도로 미안해질 때쯤..

다시 '미안해하지 마라'고 말씀하시네요...

이미 당신은 이 마음까지도 헤아리셨는데..

저는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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