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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이야기/글'에 해당되는 글 80

  1. 2009.05.04 중독
  2. 2009.03.18 볼테르
  3. 2009.03.17 일상
  4. 2009.01.21 사람-
  5. 2009.01.12 눈먼 자들의 도시
  6. 2009.01.07 역사-
  7. 2008.09.02 유연함-
  8. 2008.09.01 과격함-
  9. 2008.08.27 본질은,
  10. 2008.08.17 ㄱㅇ
2009. 5. 4. 16:04

중독 오랜 이야기/글2009. 5. 4. 16:04

뭔가에 빠지면 그것만 한다.

 

홈런볼에 빠지면 홈런볼만 사먹고, 빙그레바나나우유에 빠졌을 땐 그것만 마셨다. 남양 카페라떼 카푸치노맛은 너무 많이 마셔서 질려버렸다가 요즘 다시 마시고 있다.

'좀머씨 이야기'가 맘에 들어 파트리크 쥐스킨트 소설은 다 읽었고, 그 후로도 생텍쥐페리, 김영하, 지승호, 요시다 슈이치의 행렬은 계속됐다.

카트라이더에 빠졌을 땐 풍선 아이템 때문에 열심히 코카콜라를 샀고(난 탄산음료를 따로 사먹은 적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전국무쌍에 빠졌을 땐 동네 플스방 알바생과 친구가 되었다.

미국 드라마 24를 시작으로 csi 라스베가스, 로스트, MediuM, Gilmore Girls, Grey's anatomy, 프리즌 브레이크 등을 섭렵했다.(막장으로 빠진 로스트와 한국에서 인기를 너무 많이 끌어버린 프리즌 브레이크는 더이상 보지 않는다. 모두가 똑같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읽고 보는 건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베스트셀러를 잘 읽지 않는 이유다.)

뭔가에 꽂히면 그것에만 빠져드는 내 성격은 내가 만화책을 읽지 않는 대표적인 이유가 된다.

 

5월이 되면, 항상 내 발목을 잡는 영어에 빠져보려고 했다. 이십여년동안 살면서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어에 빠져보고 싶었다.

어느새 나흘이 지나고 있다. 컴투스에서는 한 달에 하나씩 무료로 게임을 제공한다, 핸드폰에. 지난 달엔 아기자기한 미니게임이 몇 개 들어있어서 남는 시간마다 점수를 높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이번달엔 특이하게도 RPG게임이다. 이노티아 연대기.

첨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큰일이다. 핸드폰을 감싼 왼쪽 중지와 열심히 무기를 날린 왼쪽 엄지에 감각이 없다. 오늘 아침 알람이 울리는 핸드폰 화면을 보고 어제밤에 하던 게임 화면인줄 알고 또 버튼을 눌러댔다. 미쳤다.

집에 있는 컴퓨터에서는 잘 돌아가지 않는 진삼국무쌍 온라인. 회사에 깔아놓고 가끔 하곤 한다. 물론 업무시간엔 접속조차 되지 않으니 걱정은 마시길. 근데 이 모바일 게임 덕분에 걱정거리가 늘 것도 같다. 지금까지 내 경험으로 봤을 때..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길은 아예 질릴 때까지 하는 건데- 캐릭터가 성장해가는 걸 보면서 과연 질릴 수 있을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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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3. 18. 15:16

볼테르 오랜 이야기/글2009. 3. 18. 15:16

관용에 관해서는 볼테르의 말로 전해지는 명구가 하나 있다 - "나는 당신이 하는 말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말할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죽을 때까지 싸우겠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전거가 불분명하다. 볼테르가 한 말이 아니고 20세기에 부주의로 말미암아 발생한 착오라는 것이 정설인데 착오의 연원이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3] 우선 1906년 에벌린 홀이 탈렌타이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볼테르의 친구들』이 착오의 연원 중 하나이다. 홀은 이 책에서 엘베시우스에 관한 볼테르의 평가를 전하면서 볼테르가 한 말을 인용하는 중간에 자기가 지은 문구를 삽입했는데, 그 때문에 그 문구가 볼테르의 말로 여겨지는 착오가 생겼다는 것이다. 홀 자신이 후일 이를 해명하고, 자신의 부주의 때문에 독자들을 오도한 결과에 유감을 표명했다.[4] .

그런데 『프랑스 명구집』(1963)을 지은 거터만에 따르면, 볼테르가 1770년에 르리시라는 수도원장에게 보낸 편지에 "신부님, 저는 귀하께서 말한 내용이 싫습니다. 그러나 귀하께서 발언을 계속할 수 있도록 제 목숨이라도 바치겠습니다"라고 말한 대목을 홀 자신이 전거로 삼아서 표현만 변용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1770년 2월 6일자 르리시에게 보낸 볼테르의 편지에는 그런 문구뿐 아니라 비슷한 발상도 보이지 않는다. 볼테르가 18세기의 상황에서 편견을 공격하고 지적 도덕적 개방성을 강조한 계몽주의자인 것은 맞지만, 19세기의 존 스튜어트 밀처럼 철저한 관용론자는 아니었다. 볼테르는 때로 자기가 싫어하는 저술들에 대한 검열을 바라는 마음을 비친 적도 있다.

 

http://ko.wikipedia.org/wiki/%EA%B4%80%EC%9A%A9

위키백과의 '관용' 중 발췌


 

내, 이럴 줄 알았다.

저런 말을 한 볼테르가 툭하면 루소를 까는 걸 보고, 상당히 우습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볼테르의 말이 아니었던거다.

프레시안에서 신해철 관련 기사(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316175756&section=01)를 보다가 그동안 잘못 알고 있던 사실까지 알게 되어 유쾌하다.

내 일기장을 잘 찾아보면 볼테르 관련 글이 하나 있을텐데..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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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3. 17. 15:17

일상 오랜 이야기/글2009. 3. 17. 15:17

1. 밥을 맛있게, 재밌게 먹으면 지금보다 1g 쯤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숟가락을 꾸역꾸역 입으로 가져가는 꼴이란.

 

2. 아직 열흘은 더 써야 하는데.. 지난 달 카드요금보다 10만원이나 더 쓴 상태다.

열흘 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버스만 타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절약하자는 차원에서 오늘 날짜에, 쓴 카드 금액을 적어놨다.

쌤플을 쓰면서 미루고 미뤘던 화장품도 샀고

아빠 물건도 십만원이 넘게 샀고

계속 마음에 얹혀있던 분께 점심도 샀고...

사실 허투루 쓴 돈은 딱 4만원에 불과한데.

 

3. 열흘 동안 아무 것도 안 하고 교통비만 나가게 해야겠다는 결심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사고 싶은 책이 생겼다.

지난 번에 구입한 책도 아직 안 읽었는데.

'취미 : 독서' 가 아니라 '취미 : 책 구입' 이 될 것 같다.

아무래도- 책 사는 것도 중독이지 싶다.

 

4. 신나는 일이 없다.

아니, 속상할 일만 없어도 고마울 정도의 일상이다.

..우울하다.

(이런 글을 남겨 놓고 '우연히' 내가 죽으면, 우울증에 의한 사망이라고 할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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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1. 21. 15:25

사람- 오랜 이야기/글2009. 1. 21. 15:25

출근길에 전화가 왔다. 이름을 보니 이덕재 선배님. 아빠와의 인연이 꽤 길었던 분이다. 방송기기정비실이 품질관리팀이 될 동안 함께 하셨던 분이니. 아빠가 쓰러지시던 2006년부터, 명절이면 단 한번도 빼먹지 않고 병원으로 찾아오셨는데 이번에도 설날이라고 오신다는 연락이다.

처음 몇 번은 같은 팀이니 찾아오는 거려니 했지만, 이젠 아빠도 퇴직하셨고 이덕재선배님은 기술본부를 떠난지 오래다. 그럼에도 잊지 않고 명절이라고 또 전화를 하셨다.

 

내 삶에 신천지 파동(!)이 인지 사흘 됐다. 처음 그들이 신천지임을 알았을 땐 '경악'이었던 감정이 하루만에 '분노'가 되고, 그 다음엔 사람 그리고 믿음에 대한 '실망'과 '체념'으로 바뀌었다. 이젠 함부로 사람을 믿어선 안되겠다 다짐하면서도 그런 다짐이 날 어찌나 아프게 하는지 모르겠다.

사람에 대한 믿음이 강했기에 이 미니홈피도 극히 소수의 것을 제외하고는 전체공개를 유지했었고, 내 삶을 이야기하는 데 별로 큰 고민을 안 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들이 그들의 전략에 쓰였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해질 수 밖에 없고, 날 점점 더 닫을 수 밖에 없어진다. 그들이 내게서 빼앗아 간 건, 믿음과 신뢰다.

 

황폐해진 내 마음을 위로라도 하듯, 이덕재 선배님의 전화가 걸려왔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놓을 수 없고, 사람을 향해 열린 마음을 닫을 수 없는 이유다.

 

아빠는 오늘 병원에서 퇴원해 명절을 보내고, 다음 수요일에 새로운 병원에 입원을 하신다. 병원에서 엄마와 함께 짐을 싸고 계시는 한 분이 있다. 내가 고등학생 때 교회에서 담임을 맡으셨던, 그 후로는 나보다 우리 엄마와 더 친해져 버리신 선생님. 얼마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 오셔서 엄마를 도우신다. 이번주엔 퇴원 때문에 벌써 두 번이나 오셨다.

 

이젠 아무 것도 줄 것 없는 우리 가족에게 이렇게까지 하시는 분들을 계시기에, 난 다시 바보같이 사람을 믿어버리고 말 것이다. 배신감에 흘리는 눈물보다, 감사와 감동의 눈물이 더 많은 양이기에- 난 아직 사람을 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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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1. 12. 15:24

눈먼 자들의 도시 오랜 이야기/글2009. 1. 12. 15:24

우울하기 짝이 없다.

사람들을 들들 볶아서 얻는 건 도대체 뭘까.

그렇게 하면 일의 효율이 올라가고, 회사가 발전한다고 여기는 걸까.

 

벌써 열흘이상 유지되고 있는 홍선배님의 금연이 끝을 보이나보다.

담배 권하는 사회.

스트레스 권하는 사회

우울증 권하는 사회

자살 권하는 사회....? ㅋ 너무 과격한가, 이건?

 

자꾸 사람이 죽어나가고

몇 글자 끼적인 죄로 잡혀 들어가고

할 말을 한 죄로 파면되고.

 

며칠전 본 '눈먼 자들의 도시'가 떠오른다.

뭐, 인간의 추악함이라든가- 눈을 감고 보면 그저 똑같은 사람에 불과하다든가- 이런 것들도 있겠지만

내가 그 영화에서 본 메시지는 딱 하나다.

'어떻게든 살아 남는 게 중요하다.'

 

눈먼 자들이 하나하나 늘어날수록 사회는 점점 혼돈에 빠져들고

그 속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죽기도 하지만

눈이 멀었던 이유를 몰랐던 것처럼, 알 수 없는 이유로 또 다시 눈이 돌아온다.

그 때 필요한 것은 뭐?

단지 '살아 남는 것'.

 

워낙 죽는 사람도 많고

사건사고도 많아서

웬만한 일은 하루 이틀이면 뉴스거리도 안 되는 요즘

가장 현명한 자세는, 잠자코- 살아 남는 게 아닐지.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눈 멀지 않은 자의 소극적인 면은 관객을 화나게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볼 때 어쩌면 가장 현명한 대처가 아니었나 싶다.

어쨌든 살아남기.

 

우울해서 죽고, 억울해서 죽고, 막막해서 죽고, 살자고 몸부림치다 불에 타 죽고, 어떻게든 죽는 요즘 같은 때에

가만히 몸을 웅크리고 있는다고, 어느 누가 욕할 수 있으랴..

 

그래도-

참-

이거 아닌데 말이다.

화가 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내 앞가림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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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9. 1. 7. 15:31

역사- 오랜 이야기/글2009. 1. 7. 15:31

대학 4학년 2학기,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에 들은 교양과목 하나.

'한국의 역사 인식'

 

꽤나 큰 충격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배워왔던 역사.

그리고 대학에 입학해서 들은 역사 과목 두 개.

그게 전부인 줄로만 알았다.

국사 교과서로 배운 그대로가 역사의 정석이라고 생각했고

교양과목으로 들은 역사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으니- 교양으로서의 역사는 대충 다 했다고 여겼는데..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기분?

 

막연하게 "승자의 역사"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게 누구의 관점이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었다.

 

그 후로도 가끔 그 교수님과 그 수업에 대해 생각하긴 했지만,

오늘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었던 것은

인물과 사상의 한 꼭지 때문이었다.

'역사 밖에서 역사 보기'

 

정권이 바뀌면 역사도 바뀌는가? 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꽤나 긴 글이다. 이명박 정부가 역사 교과서를 고치는 이유에 대해 언급하며 역사 왜곡, 더 나아가 '객관적인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이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용이 두 가지 있기에 이것을 남겨 두고 싶었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이런 말을 했다. "물렁물렁한 생물은 좀처럼 화석을 남기지 않는다. 그러나 화석이 없다고 그 생물들이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간디는 이렇게 말했다. "역사는 사랑을 기록하지 않으며, 도 기록할 수도 없다. 역사는 오히려 사랑이나 영혼의 힘이 잠시 중단될 때마다 기록된다. 역사는 영원한 전쟁의 기록이다. 형제가 무기를 들거나 법정에 나간다면 이들의 행위는 즉시 신문에 보도될 것이며, 이웃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이고 아마 역사에 남을 것이다." 평화롭고 풍요로운 행복의 시기는 세계사의 공백기다. 역사는 전쟁과 공포, 불안의 장에서 활력을 띠고, 관용과 평화의 장에서는 권태로워한다.

 

진중권 씨는 지승호씨와의 인터뷰에서 '역사 강의는 보수세력들에게 자충수가 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역사라는 것이 몇몇 이상한 우익이 이데올로그로서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역사는 학문이고, 학자들이 기본적으로 쓰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념적으로 교과서를 고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어요. 역효과만 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역사는 학문이고, 학자들이 기본적으로 쓰기 때문에 지금처럼 이념적으로 교과서를 고치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어요." 라고 했다.

뭐 틀린 말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게 확신하기에는 우려되는 부분이 많은 게 사실이다. 지식인과 권력과의 만남. 권력을 가진 자의 얄팍한 주장에 지식인만의 권위를 합쳐 하나의 '멋진' 합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최근 들어 너무도 많이 봤다. FTA 체결, 광우병 문제 등등..

 

어쨌든 '역사 밖에서 역사 보기'라는 글은, 제목답게 역사 밖에서 역사를 볼 줄 알아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그러면서 결론 중반 즈음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를 보다 낮은 생물 형태로부터 발전해왔으며, 과거에서 미래를 향해 역동적으로 진보해간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래를 위해 과거를 하락시키는 이런 관념 역시 역사가 낳은 것이다. 사실 복잡하고 이질적인 움직임으로 가득 찬 과거를 연속적인 단선으로 파악하는 것 자체가 폭력적이다.(중략) 우리는 에머슨의 다음과 같은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회는 진보하지 않는다. 한편에서 전진하면 즉시 다른 편에서 후퇴한다. 주어지는 것이 하나 있을 때마다 무언가 빼앗기는 것이 있다."

 

역사의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 부분만을 뚝 떼어내서 다른 얘기를 시작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처음은 똑같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 이야기 말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사회는 진보한다'라고 생각했던 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다. 정권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과거 주장이나 행적까지 부정해가며 법을 뜯어 고치는 현 정부를 보며, '개선'이라는 단어를 '개악'이라고 읽을 수 있다는 걸 배운다.

 

 

집에 갈 시간이 훌쩍 넘어서 이렇게 거칠게 쓴 글을 그대로 남겨둘 수 밖에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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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8. 9. 2. 17:47

유연함- 오랜 이야기/글2008. 9. 2. 17:47

어지간해선 자다가 절대 깨지 않는다. 전쟁이 나도, 누가 업어간다 해도 난 여전히 자고 있을 거다. 그런 내가, 지난 밤에는 네 번이나 깼다. 거실에서 잠들었다가 새벽 추위에 놀라 내 방으로 들어가고, 심한 갈증에 벌떡 일어나 차가운 물을 세 컵이나 마시고, 습관처럼 6시에 눈이 번쩍 떠지고. 오후에 출근해도 된다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다시 잠을 청했는데,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다시 깨고 말았다. 핸드폰 진동 소리. 문자다.

 

자다가 잘 깨지도 않지만 깬다 해도 결코 화를 내는 경우가 없는 난데, 그 문자에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모르겠다. 그 사람 입장에서 헤아려 본다면, 얼마든지 내게 할 수 있는 말이었고 또 그런 마음이었다면 충분히 그 시간에 문자를 보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근데도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아직도 스스로를 이해할 수 없다.

왜 그 상황이 되었는지, 내가 그 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있을지 충분히 알 수 있는 사람인데, 굳이 그 시간에 그렇게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지에 대해 화가 난 것 같기도 하다. 결코 유쾌하지 않은 감정으로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잠들었다.

 

화가 날 일이 아니다. 이렇게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내가 사과해도 될 만한 일인데. 그리고 그 사람도 나와 싸우자는 뜻으로 보낸 문자도 아닌데. 근데, 대체 왜 이렇게 화가 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늦은 출근길, 지하철에 앉아 '인물과 사상'을 읽고 있었다. 그러던 중 들리는 이상한(?) 소리. 누군가 한참을 웅얼댔지만, 겨우 알아들은 소리는 '조금만 도와주세요.' 흔히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 중 하나라 생각하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그 사람이 자신의 상황을 적은 쪽지를, 한껏 웅크리고 앉아 책을 읽는 나의, 채 한 뼘도 안되는 책과 내 가슴 사이에 끼워넣고 갈 때는 약간 불쾌함이 일기도 했다. 살짝 그 쪽지를 옆자리에 떨어뜨려 놓고 있는데, 다시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는 지하철 한 가운데 엎드려 있었다. 온 몸으로 구걸한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그 사람을 더 바라볼 수도, 그렇다고 다시 책을 읽을 수도 없었다.

그렇게 엎드려 있는 그에게 천원짜리 한 장 꺼내 쥐어주는 게 오히려 가증스럽게 느껴졌다. 차라리, 그래 차라리 협박에 가까운 구걸이 오히려 날 것 같았다. 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그 순간을 불편해했고, 나와 마찬가지로 안절부절못했다.

 

내가 읽고 있던 책이 하필 '인물과 사상' 이라니. 그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사람보다 덜 중요하고, 사람을 위한 이념과 사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물과 사상은 그 생각이 옳은 것임을 이야기해준다. 근데 사실은 말 뿐이었던 거지. 단지 '생각' 뿐이었던 거지. 내가 중요하다고 말했던 그 '사람'은 비현실 속에만 존재하는 막연한 대상이었던 거니.

그 순간 천 원짜리 한 장을 쥐어주는 게 옳은건지, 구걸하는 사람이 존재하는 이 사회를 비판하는 게 옳은건지_ 난 여전히 알지 못한다. 하지만 내가 그간 말해왔던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나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차라리 그런 말을 안하고, 이런 책을 안 읽는다면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덜 할까.

 

 

 

이 두 사람으로 인해, 오늘 내 하루는 완전히 망가졌다.

오후 내내 화해를 시도하는 첫번째 사람에게 못 이기는 척 넘어가면 그만이고, 그 걸인도.. 하루에도 수차례 만나는 걸인처럼 그냥 그렇게 여기면 그만이다. 그래도 이토록 마음이 무거운건, 내가 쉽게 그렇게 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인가. 결국은 그 말이 그 말.

 

 

 

구내식당 저녁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냥 내려왔다. 오후 내내 순대국이 먹고 싶었는데.

순대국, 추어탕, 청국장 등 예전엔 입에대지도 않았던 음식을, 어느새부턴가 아무렇지 않게 먹고 있다. 어떤 사람과 어떤 환경에서 지내는가에 따라 식성도 변하나보다.

불편했던 음식을 어느새 맛있게 먹고 있는 것처럼.. 불편한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넘길 수 있는 유연함이 내게 생길 수 있을까. 근데.. 걸인을 보고도 불편하지 않게 생각하지 않는 내 모습은 그닥 유쾌하지 않을 것 같다......... 뭐가 이렇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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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8. 9. 1. 15:48

과격함- 오랜 이야기/글2008. 9. 1. 15:48

"다 구조조정 당해봐야 정신 차리지."

KBS 사장과 관련된 사안으로 생긴 내부 대립에 지친다며 내뱉은, 한 선배의 말. 

 

맘에 안 드는 동갑내기 직장상사를 욕하면서, "지금은 그렇게 승승장구 하겠지. 그러다가 애 낳고 오면? 도태되고 마는 거지 뭐. 어차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이길 수 밖에 없는 구조야. 지금 그렇게 잘난 척 하지만." 이라고 얘기했던, 예전 남자친구.

"임신과 출산 때문에 도태되는 게 당연한거라구? 그게 내 상황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라는 내 반응으로 입을 다문 그 당시 상황.

 

"차라리 이명박 같은 사람이 대통령 돼서, 다들 찍소리 못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 노무현 정권 때문에 너도나도 다 시위 한다고 나와서. 진짜 짜증나."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당시 남자친구였던 한 경찰의 이야기.

 

 

이런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과격함에 질린다.

혹은, 이런 이야기들을 잊지 않고 속에 꽁꽁 싸매고 있는 내 자신의 치졸함에 진저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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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 200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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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8. 8. 27. 09:54

본질은, 오랜 이야기/글2008. 8. 27. 09:54

본질은,

내가 알던 게 아니었던 거야.

이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도 않고.

순진하지도 않아.

 

"KBS 직원들이 그렇게 생각하면 어떡해요!" 하면서 선배한테 소리를 빽 질러도

돌아오는 대답은..

"현실이 그런걸 어떡해."

 

공영방송 사수.

사실, 그런 생각을 갖고 싸웠던 건.. 현재 싸움터에 몇 안 남은 사원행동의 어린 PD들 뿐이었던 건가?

그마저도 연배 높은 선배들에겐.. 새 사장이 오는 걸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PD들의 몸부림이라고 인식될 뿐이고? (아. 어떤 사람에게는 그게 정말 목표일수도 있는 거겠지.)

 

"선배님, 줄 좀 잘 서요. 그런 다음에 저도 좀 끌어주세요."

지난 주에 킬킬대며 했던, 시덥잖은 농담은 사실 이 조직에서 살아남는 가장 큰 처세술.

 

"제가 이상주의자로 보여요?"

"어릴 땐 다 그렇지 뭐. 나도 그 땐 그랬어."

'그럼 저도 선배님 나이가 되면.. 마찬가지가 될까요? 사건의 본질을 아예 다르게 보는.'

 

이병순 사장이 차기 사장으로 낙점되고

그 결과로 노조와 대부분의 사원들이 투쟁을 철회하는 모습을 보면서

어제 오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벙찐 상태.

 

내가 너무도 순진했던 거라면..

그래서 사건의 핵심이 뭔지도 몰랐던 거라면

얼른 이 상태에서 탈피하는 게 현명한 것일까.

아니면, 그래도 지켜야 할 건 있는 거라고_고집스럽게 버텨내는 게 옳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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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08. 8. 17. 02:35

ㄱㅇ 오랜 이야기/글2008. 8. 17. 02:35

연애하는 사람의 연애에 대한 고민.

 

그에 대한 내 댓글,

그쯤은 시간이 해결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한달후부터 5년을 떨어져 있는다구요? 덜덜.. 제가 이런거 싫어서, 선배님들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절대 연애 안합니다. ㅋㅋㅋ

 

내 댓글 밑에, 날 아는 사람의 댓글

정말 그 이유 때문에 연애를 '안'하는 겁니까? ㅋㅋ

 

다시 내 댓글..

푸하하 - _- 앞으로 저 피해다니시길... ㅋㅋㅋㅋㅋㅋ

 

 

 


난 정말, 연애를 '안'하는 건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못'하는 걸로 보일 수도 있을까? - _-

 

연애를 안하는 합리적인 이유 세 가지는 충분히 댈 수 있기에

팀 선배님들의 구박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칠 수 있는데.

내 나이에, 결혼은 커녕 연애조차 안하려는 게..이상해? 정말?

 

 

아는 사람은 알잖아.

내 화려한 과거... ㅋ

지금도 맘만 먹으면 할 수도 있겠다... 싶긴 한데.

이젠..그냥 섣불리 아무나 만나고 싶지 않은 심정도 있고

신경쓸 일이 지금으로도 충분히 많아서, 더 생긴다면 또 무언가를 포기해야 할텐데.. 그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상황이고..

연애라는게, 마냥 좋은건 한 달 뿐이고_ 그 다음부터는 감정을 소모해가면서.. 이것저것 맞춰가야 하는..그래서 아픔도 수반된다는 것을 알아버린 것도 있고.

그걸 알아버린 이 마당에, 충분히 삶에 지친 내가 연애라는 단순하고도 복잡한 감정에 더 힘을 빼야 하나 싶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으로 했던 그 연애에 나를, 나의 감정을 지나치게 많이 소진해 버린 탓.

 

내게 연애를, 결혼을 강요하지 말라는건

노처녀들이 하는 뻔한 멘트라는 생각이 들어서 굳이 말하고 싶진 않지만..

제발 강요하지 않았으면. ㅋ

 

 

모두가 똑같아지는건 재미없잖아, 그래서 성형에 반대해.

라는 주장에... "근데 넌 쫌 해야겠다" 라고 말하는, 

농담을 가장한 폭력.

지금의 내게 연애를 강요하는건, 위의 상황에 버금가는 잔인한 짓.

그래서, 내가 원하는 건 개성과 자유의지라고 당당히 말해보지만..

그래도 그 뒤에 따르는 갑갑한 심정은 어쩔 수 없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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