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너무 강해, 날씨가 너무 맑아 애처로워지기까지 한 날이면 난 UFO를 틀었다.
"음악 선곡 이따위로 할래? 이 노래 요새 벌써 몇번째야?" 선배의 질책-
하지만- 캠퍼스 곳곳에 스며드는, 이적과 jp 음성의 조화를. 눈을 가늘게 뜨고 지켜보며 마냥 행복해했던 그 때.
대학방송국 시절.

흔들리는 버스 안. 김영하씨의 책을 읽고, 귀에 흐르는 이적의 노래.
중간고사가 끝나고 가장 가벼운 마음으로 학교를 나서, 성산대교를 건너는 버스 안에서 느낀 행복의 절정.
그 순간을 함께 하던, 그래서 지금까지도 "행복"이란 단어를 떠올리면 자동연상되는 이미지. 느낌.

그래서였을까.
내 생애 첫 공연 관람은 '이적 콘서트'였다.
2004년 크리스마스 이브를 이적의 콘서트와 함께.
빡빡이머리로 나온 이적씨의 공연을 보며 소리지르고 기뻐했던 그 순간,
아직도 생생하네.





노래방 가서 친구들 모두 댄스곡을 부를 때 혼자 왼손잡이와 달팽이를 부르던, 중학생 시절의 패닉 사랑은,
성인이 되어서도 지속됐다. 이적 목소리에 행복을 느끼고 위로받던 시절들.

시간이 흘러
2010년 9월에 새로 발매된 4집.
선발표한 빨래는,
아 정말 그 고급스럽지 못한, 일상적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너무도 현실적인 "빨래" 라는 단어에서 절대 상상할 수 없는 멜로디로, 감성으로
가득차있다.
아... 이적이 돌아왔다.

당연한 행보, 스케치북 출동. 덩달아 나도 출동.
이적 4집 발매일 새벽부터, 음원이 뜨기만을 기다렸다가 마치 콘서트 앞자리 예매하는 것마냥 후다닥 다운을 받고 무한대 반복하며 들었다.
어떤 곡이 제일 좋고, 이 곡은 어떻고 저 곡은 어떻고...
혼자서 평가하고 순위 매겨가며 '아, 나 이적 4집 쫌 들었다' 하는 마음이 있긴 했는데...
스케치북에서 만난 이적, 그런 건방진 생각을 완전 무력화 시키는 그의 라이브.
4집의 타이틀곡 "그대랑"을 부르기 시작하는 순간- 내가 그간 열심히 들었던 4집은, 정말 잘못 듣고 있는 걸 깨달았다.
그 이후 다시 듣고 있는 4집.
아, 정말 콘서트는 꼭 가야돼.





다행이다, 그대랑, 하늘을 달리다, 그리고 앵콜곡 왼손잡이.

그리고 혈옹과의 토크 중에 부른,
(산울림) 회상, (송창식) 담배가게 아가씨.
원래 명곡이라고 생각했던 노래들인데- 이후 다른 가수들의 버전이 계속 나오기도 했는데...
이적의 목소리로 듣는 건 또 새로운 느낌, 듣는 내내 숨을 쉴 수가 없다.
이적의 목소리로, 이적의 느낌으로, 이적의 해석대로 듣는 지난 명곡들은 어떤 느낌일까 몹시도 궁금해져서- 그의 리메이크 앨범이 나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생긴다.
음반시장 불황일 때 가장 내기 쉽다는, 그런 흔한 리메이크 앨범이 아니라- 정말 환상적인 앨범이 완성될 걸 믿기에.
조규찬의 리메이크가 특별했던 것처럼.


이미 음원을 구입해, 따로 리핑할 필요조차 없는 이적 4집 CD.
내게 책과 음악을 구입한다는 것은, 그분을 지지한다는 아주 작은 표현이기에-
음원과 CD를 함께 구입한 적님께는 두 배의, 아니 더 큰 지지와 감사를 보낸다.

@jucklee 사인,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