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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에 해당되는 글 2

  1. 2010.07.18 김영하 컬렉션_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2. 2010.07.15 김영하 컬렉션 1


'작가의 말'이 없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마지막에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로 끝이 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근데, 작가의 말이 없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김영하 컬렉션의 책에는.

일부러 뺀건가. 왠지 모를 배신감에 입을 삐죽거려본다. '작가의 말'을 빼먹지 않고 읽기 시작한건 김영하 선생님을 알게 된 후부터였는데...

기존에 갖고 있던 책은 이벤트 따위로 김영하 작가를 아직 좋아하지 않는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컬렉션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책이 아니니까... 다른 책도 작가의 말이 써있는 걸로, 다시 구입해야 하는걸까.

응? 이렇게 써놓으니 너무 매니악스럽네.

계속 의아해하다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나오네. "원래 있던 해설과 작가의 말 등을 모두 빼고 오직 소설만 담았습니다. 구판의 작가의 말과 구판 관련 자료들은 김영하 아카이브에 올려놓았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휴- 김영하 아카이브는 여기다.



십년 만에 다시 읽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역시나 익숙했다. 십년이나 지났음에도 그 때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난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 때 뇌리에 박혔던, 며칠이고 날 놓아주지 않았던 문장들은 이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일반적인 게 되어버렸다. '자살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은 먹을 것을 서서히 줄여간다'는 종류의 얘기들...

문득, '작가의 말'까지 수록된 책은 또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십년을 그랬던 것처럼 매일같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다가 십년 후에 책을 사는 거다, 이제 때가 되었다며. 그리고 십년 후엔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까지 읽으며 책을 마무리하고, 십년 전엔 작가의 말이 없어 아쉬웠다고 회상하고, 이십년 전엔 작가의 말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느낌이 무척이나 궁금했다고 회상하는 거다. 십년 후에도, 여전히 "이십년 전에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네"라고 말할 수 있을까.


:
Posted by libhyon
2010. 7. 15. 01:21

김영하 컬렉션 책 이야기2010. 7. 15. 01:21

퇴근 후 좋아밴의 공연을 보러 광화문으로 향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야, 너 내 책 주문했어, 안했어?"
다짜고짜 묻는 엄마의 질문에 급당황, 알고 보니... 교보문고에서 택배가 와서 엄마의 책인줄 알고 열심히 뜯어보셨더니 엄마가 주문한 책이 아니란다. 그럴 수 밖에. 엄마 미안, 아직 주문 안 했어 - _-

대학교 1학년 때, 대학방송국 동기에게 책 한권을 추천받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책 한권에- 난 며칠 동안이나 헤어나오질 못했고 그 이후 그 작가의 열성적인 팬이 되었다. 그 책은 바로 김영하 작가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다. 한 작가에게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찾아읽는 취향 덕에, 그 시기 전후로 나온 모든 책은 다 찾아읽었다. 특히나 시험기간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김영하 작가님의 책 한권을 빌려서-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든 책을 소장하고 싶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때 결심했다. 나중에 커서 부자가 되면, 꼭 김영하 작가님의 모든 책을 구입하겠다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좀 뻔뻔하게 아빠의 카드로 긁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하하
어쨌든 시간이 흘러 난 경제적인 독립을 했고, 그 사이 김영하 작가님의 컬렉션이 나왔다. 난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지만, 내 카드를 내 마음대로 긁을 수 있는 상황은 되었다. 때가 온 것이다.

지난주 김영하 작가님의 신간을 예약판매 한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보니 욕심이 생겼다. 최근 잦은 공연 관람으로 긴축재정이 필요한 시기긴 하지만,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김영하 컬렉션'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아 이 아름다운 자태.
10년 전에 읽은 내용이 지금도 고스란히 생각나서, 가끔 그 텍스트들을 그리워하곤 했는데 이젠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난 이제 당당히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행복해행복해행복해행복해...

물론 이 컬렉션을 구입할 때 망설이지 않은 건 아니다. 일단 위에서 얘기했듯, 너무 잦은 공연 관람으로 인한 부작용이 계속 되고 있는 데다가 컬렉션에 들어간 책 중 두 권은 이미 소장중이다. 퀴즈쇼와 빛의 제국. 그래서 컬렉션 대신 한권씩 따로 주문할까를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간지'. 컬렉션은 역시 간지가 살지. 그리고 패키지로 나온 상품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건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닌 것이다. 책 두권을 중복구입한다고 밥 굶는 게 아니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책장 한 켠에 가지런히 꽂힌 책 중 두 권은 이제, 오늘 온 녀석들로 대체될 것이다. 원래 있던 두 권은- 아직 김영하 작가님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선물할까 한다. 내 주변인을 모두 데이브레이크의 팬으로 만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내 독서취향까지 널리널리 퍼뜨리는 것이지.

신이 나서, 행복해서, 뿌듯해서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얼른 책을 펼쳐들고,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사실은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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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