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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15. 01:21

김영하 컬렉션 책 이야기2010. 7. 15. 01:21

퇴근 후 좋아밴의 공연을 보러 광화문으로 향하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야, 너 내 책 주문했어, 안했어?"
다짜고짜 묻는 엄마의 질문에 급당황, 알고 보니... 교보문고에서 택배가 와서 엄마의 책인줄 알고 열심히 뜯어보셨더니 엄마가 주문한 책이 아니란다. 그럴 수 밖에. 엄마 미안, 아직 주문 안 했어 - _-

대학교 1학년 때, 대학방송국 동기에게 책 한권을 추천받았다. 아무 생각 없이 읽기 시작한 책 한권에- 난 며칠 동안이나 헤어나오질 못했고 그 이후 그 작가의 열성적인 팬이 되었다. 그 책은 바로 김영하 작가님의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였다. 한 작가에게 빠지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찾아읽는 취향 덕에, 그 시기 전후로 나온 모든 책은 다 찾아읽었다. 특히나 시험기간이 끝나면 도서관으로 달려가 김영하 작가님의 책 한권을 빌려서- 집에 가는 버스 안에서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책을 읽고 있으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모든 책을 소장하고 싶었지만, 학생 신분으로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 때 결심했다. 나중에 커서 부자가 되면, 꼭 김영하 작가님의 모든 책을 구입하겠다고.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좀 뻔뻔하게 아빠의 카드로 긁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긴 한다. 하하
어쨌든 시간이 흘러 난 경제적인 독립을 했고, 그 사이 김영하 작가님의 컬렉션이 나왔다. 난 아직 부자가 되진 않았지만, 내 카드를 내 마음대로 긁을 수 있는 상황은 되었다. 때가 온 것이다.

지난주 김영하 작가님의 신간을 예약판매 한다는 소식에 설레는 마음으로 예약주문을 했다. 주문을 하고 보니 욕심이 생겼다. 최근 잦은 공연 관람으로 긴축재정이 필요한 시기긴 하지만,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김영하 컬렉션'을 주문하고야 말았다.



아 이 아름다운 자태.
10년 전에 읽은 내용이 지금도 고스란히 생각나서, 가끔 그 텍스트들을 그리워하곤 했는데 이젠 더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됐다. 난 이제 당당히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의 주인이 되어버린 것이다. 행복해행복해행복해행복해...

물론 이 컬렉션을 구입할 때 망설이지 않은 건 아니다. 일단 위에서 얘기했듯, 너무 잦은 공연 관람으로 인한 부작용이 계속 되고 있는 데다가 컬렉션에 들어간 책 중 두 권은 이미 소장중이다. 퀴즈쇼와 빛의 제국. 그래서 컬렉션 대신 한권씩 따로 주문할까를 잠시 고민했었다. 하지만 '간지'. 컬렉션은 역시 간지가 살지. 그리고 패키지로 나온 상품을 무시할 수 있다면 그건 진정한 팬의 자세가 아닌 것이다. 책 두권을 중복구입한다고 밥 굶는 게 아니라면 망설일 이유가 없잖아.



책장 한 켠에 가지런히 꽂힌 책 중 두 권은 이제, 오늘 온 녀석들로 대체될 것이다. 원래 있던 두 권은- 아직 김영하 작가님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선물할까 한다. 내 주변인을 모두 데이브레이크의 팬으로 만들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내 독서취향까지 널리널리 퍼뜨리는 것이지.

신이 나서, 행복해서, 뿌듯해서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다. 얼른 책을 펼쳐들고, 문장 하나하나를 꼭꼭 씹어 읽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사실은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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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