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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6. 22. 18:27

혈옹 오랜 이야기/글2009. 6. 22. 18:27

때는 바야흐로 일천구백구십.... 쿨럭.

어쨌든 해철마왕님께서 음악도시를 진행하실 때였는데 말입니다.

그날 오랜만에 음도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켰단 말입니다.

그럼 당연히 중저음의 해철님 목소리가 흘러나와야 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상황이었다는 거죠.

누구의 목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전 그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평생 한번 쓸까말까한 단어를 써버리게 되었던 겁니다.

"감미롭다."

도대체 이 '감미롭다'란 단어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처음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 때부터 전 내용보다 이 사람이 누구인가에만 집중했습니다.

"땜빵DJ 유 흐지부지... 입니다."

응?

유열이라고 얼핏 들었지만, 유열의 목소리는 아니었고, 또 해철님 땜빵을 할 군번은 아니었기에- 또 계속 들었습니다.

유열? 유혈? 유희열~



아,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지만,

목소리만 듣고 한 사람에게 반할 수 있고

목소리 때문에 한 사람에게 빠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 같았으면 익스플로러 창을 열고 '유희열' 치면 그만이겠지만

그 당시는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에 나섰습니다.

도대체 유희열이 누구인가!



또래 친구들은 정말이지 단 한 명도 아는 애들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보원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으니, 우리오빠.

유희열 이꼬르 토이 라는 사실을 알고,

오빠의 책상 서랍에 토이 2집 테잎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아냈습니다.

오빠의 책상 서랍을 가만히 열고 테잎을 꺼내는 그 순간..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테잎을 집어든 손이 떨려 떨어뜨릴 뻔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속지를 펼쳐...

며칠동안 절 잠 못 이루게 한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전 아직도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왜 제가 그 날 이후 사흘 밤낮을 폐인으로 살았는지, 이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람이 외모가 다는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에 전, 너무 어렸던 것도 같습니다.

그래도 평생 단 한번 경험할만한 '목소리 감전'을 잊지 못했기에..

제 자신을 다독이고 다독여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분은 저의 왕자님이 되었습니다- ♡

(하지만 그 이후부터 어깨 좁은 남자에게는 유난히 신경질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 고등학생이 되었고

당시 여고생은 딱 두 부류가 존재했습니다.

HOT를 좋아하는 사람, 젝스키스를 좋아하는 사람.

휴..... 네! 예상하셨듯이, 전 왕따가 되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친구들끼리 장난삼아 하는 앙케트에-

좋아하는 연예인을 쓰는 난에 "유희열" 석자를 적어 넣자

앙케트를 만든 그 친구의 표정과 말은 아직까지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넌 꼭 이상한 애들만 적더라!"

'이상한 애....이상한 애...이상한 애....'



그 순간은 매우 슬펐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하하 웃을 수 있는건

약 3년 후 그 친구의 말 또한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나 토이 너무 좋아~♡"

그 친구는..한참전 제게 '그런' 표정으로 '그런' 말을 했던 걸 기억이나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그 후로 전 힙합에 빠져, 또 패닉에 빠져 그들을 한참 쫓아다녔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분은 제게 '두근거림'입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후속으로 '유희열의 스케치북'이 나온다고 할 때의 그 설렘은- 10대때 느꼈던 그것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즘도

회사의 코너를 돌며 누군가와 부딪힐 뻔 할 때마다

전 그분과 마주치는 상상을 합니다.

이곳에서는, 아무리 신기한 사람이 지나가도 체면상 모르는 척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지만

유독 그분을 만난다면, 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무슨 말을 할까, 어떤 표정을 지을까.

이 오랜 감정을, 단지 "팬이예요" 라는 한 마디에 담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난 오늘도, 코너를 돌 때마다 두근거립니다.

마치 그분 목소리를 듣기 위해 라디오를 켜던 십여년 전 그 때처럼.

하지만 부디... 내 앞에 나타나지 말아주세요.....

소라씨에게 들은 그분의 어깨는.......... 휴.......... ㅋ



그분과 마주치기를 기대하면서 난, 그분을 만나지 않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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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