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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6. 24. 03:14

어떻게 살까. 오랜 이야기/글2010. 6. 24. 03:14

고 1 어느 미술시간에, 10년 후 자신의 모습을 그리라고 했다. 그 그림은 평가를 안했던 걸로 기억하고, 나도 완성을 제대로 못했던 것 같다. “그 10년”은 이미 지나버렸는데도- 난 아직도 그 미술시간을 떠올리며 고민을 한다. 난 그 때 어떤 그림을 그려야 했을까.

며칠전 점심시간에 혼자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나가는 길엔 버스를 탔으나 돌아오는 길엔 걷는 걸 택했다. 귀에는 이어폰을 꽂고 한 손엔 아이폰, 또 다른 손엔 '인물과 사상' 잡지를 들고- 청바지에 편한 티셔츠에 에어컨 바람에 체온을 보호하기 위한 얇은 재킷을 입고 잰걸음으로 걷는 나. 고 1때 구체적인 모습을 상상하진 못했지만 확실히 그때 생각했던 느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상상했던 것과 다른 느낌으로 살기. 잘 살고 있는걸까. 아- 사실은 근데, 잘 살고 있는건지에 대해서보다 어떻게 살아야할까 하는 고민이 컸다, 그 날은.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2006년, 항상 날 지켜주겠노라고 말씀하시던 아빠가 쓰러지셨다. 어려움 모르고 자란 평범한 집 막내딸의 인생 자체가 흔들리는 사건. 그 시간을 견디며 난- 지금 돌이키면 참 우습게도.. 책을 열심히 읽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각종 txt 파일은 다 모아서 pmp에 넣어두고 열심히 읽어댔다. 근데 신기하게도, 의도하지도 않게 한국전쟁에 관련된 내용을 많이 접했다. 박완서씨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와 조정래씨의 '태백산맥' 등. 지극히 개인적인 시각에서 보는 한국전쟁과, 그동안 살면서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소위 '빨갱이'들의 시각. 이 때문에 사상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을 때 유시민씨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으며 고민이 정점에 달하게 됐다. 이런 사상은 사람을 위한 것인가, 공산주의 혁명은 사람의 욕심이 아니었으면 성공했을까 로 시작한 물음은- 결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질문에까지 도달했다. 그러곤 1년 동안을 어떻게 사는 게 맞는 삶인지 찾기 위해 참 많이도 끙끙댔다.

음- 어떻게 살아야 할까. 유감스럽게도 지금 던지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질문은 2006년에 했던 그 질문과 완전히 다르다. 그땐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했지만, 난 지금 완벽히도- 내 개인적인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한국 나이로 서른이 된지 아직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난 벌써 30대의 삶을 살고 30대의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다. 그 때와 다르게 밥벌이를 하고, 밥벌이의 고단함을 알고, 밥벌이의 고단함 때문에 현실과 너무나도 많은 타협을 해버렸기에 인간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건 너무 먼 얘기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다.

2006년에 했던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세브란스병원의 주일 오후 예배 설교 시간에 찾았다. "빛과 소금이 되라"는 말씀이었다. 내가 좀 착실한 사람이었더라면, 어떻게 사는 게 빛과 소금의 삶이고 내가 어떤 노력을 해야하는지까지 고민했겠지만- 난 그렇지 않았기에 답을 찾는 순간 그 질문을 내려놨다. 그리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내 개인적인 삶을 위한 "어떻게 살아야 할까"란 질문을 던지기 전까진.

빛과 소금이 되라는 건, 사실 지금 내가 던지는 개인적인 삶을 위한 질문에도 해당할 수도 있겠다. 빛과 소금처럼 사는 삶. 아 얼마나 멋져. 하지만 이건, 바라볼 때 멋지지 내가 사는 방식이 될 땐 좀 피곤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차마 빛과 소금처럼 살겠노라하는 결심조차도 못하겠다. 지금 잠드는 게 싫고 해가 뜨면 출근하는 게 괴롭고 이렇게 하루 일주일 한달이 흘러가는 게 두려울 따름인데- 빛과 소금처럼 살자 하는 건 너무도 거창한 말 같기도 하고.

그렇다면 난 지금, 단지 이런 하루하루가 못견디게 괴로워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란 질문을 하는 걸까. 뭘 해야 지금이 행복하고, 오늘이 행복하고, 일주일이 행복하고, 내 인생이 행복할까. 이렇게 고민을 하다보면, 내가 추구하는 게 "행복"인가, 행복을 추구하는 삶이 맞는건가에 도달하고- 난 또 결국 어떻게 사는 게 맞는 삶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겠지. 같은 글자로 이루어진 질문인데 다른 대답이 나오는 특이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써내려가다 보니, 결국은 다시 만나게 되는 질문이었구나.

이래서 난 4년이란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똑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나 보다.
난, 어떻게 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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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