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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7. 26. 15:03

펜타포트_20100724-25 공연 이야기2010. 7. 26. 15:03

여름은 락페의 계절, 이라지만 내가 펜타포트에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미투데이에서 진행됐던 펜타포트 사전예매에 당첨됐지만(펜타포트와 미친만 맺어도 다 당첨된다는 그 이벤트ㅋ) 예매할 생각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열흘을 앞둔 13일. 결국 질러 버렸다. 데이브레이크가 나오는 24일 토요일 하루.


처음으로 혼자 가는 락페스티벌, 23일에 퇴근하자마자 간단한 짐을 꾸렸다. 마치 휴가를 떠나기 전 두근대는 마음으로.


일인용 매트, 비치타올, 비가 와도 선글라스 간지, 쪼리 여유분, 용도를 잘 모르겠는ㅋ 텀블러, 카메라. 그리고 나중에 더 챙겨넣은 우비까지. 이렇게 꾸린 짐에 대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인용 매트는 누울 수 없어서 혼자 가더라도 그닥 좋은 크기는 아니다. 비가 올 줄 알고 넣은 비치타올과 여유분 쪼리는 비가 한 방울도 내리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텀블러 역시 맥주가 식기 전에 너무 빨리 마셔 버려서 필요 없었다. 그래서 다음날은 다 빼고 카메라와 선글라스만 넣고 매트는 커다란 매트로.
 

24일 펜타포트 둘째날, 내겐 첫째날.
검암역에서 셔틀이 10분 간격으로 있다기에 1시 5분 즈음 검암역 도착. 원래 계획은 1시 반쯤 도착해서 티켓 수령하고 맥주 한잔 사서 십센치로 시작하려던 거였다. 근데 이 기나긴 줄... @.@





셔틀 10분 간격이라며!!! 결국 셔틀 탄 시각은 1시 35분. 행사장 도착은 1시 55분. 1시 50분에 십센치 공연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티켓 수령하고 팔찌 받고 입장! 입구 바로 앞 드림스테이지에선 십센치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일단 환전하러 갔다. 행사장에 오는 내내 십센치를 못 볼까봐 전전긍긍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마음이 바뀌어 십센치는 나루 쇼케이스 때도 보지 않냐며 맥주 한잔. ㅋ








드림스테이지로 돌아가서 공연 막바지의 십센치를 잠깐 구경하고, 분위기가 바뀌는 틈을 타 앞으로 진출, 또 진출.
아... 염치를 아주 우선적으로 여기며 사는 나지만, 팬질하면서는 자꾸 뻔뻔해진다. 결국 두번째줄에 당도. 뒷사람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속으로 백번 사과했으니 봐주세요 ㅠ_ㅠ



십센치가 내려가자마자 올라온 데이브레이크 오빠들♡
무대 세팅...




012

선일이오빠, 제게도 그 손짓 한 번만...



그리고 공연.




데이브레이크의 무대를 보면, 항상 오빠들이 정말 즐거워보인다. 그 모습을 보고 우리도 함께 웃게 되고, 이런 우리를 보며 오빠들도 또 웃고.
그래서, 공연을 보며 멋지다, 재밌다 란 수식어 말고도 "행복하다"라는 말을 쓸 수 있게 해준다, 데이브레이크는.

2집에 수록될 곡도 두 곡이나 부른, 언제나처럼 멋지고 행복했던 공연.








데이브레이크 공연이 끝나고, 무대에서 내려온 오빠들과 잠시 얘기하고 사진찍고 사인 받고...
이동.
다른 팬분들과 함께 움직이다가, 삼익악기 부스 옆 작은 스테이지에서 공연하는 걸 잠깐 구경.
음악을 잠깐 듣고 사진을 찍고 나니- 다른 분들을 잃어버렸다. 이렇게 다시 홀로.









타임투락 때도 보려다가 놓쳤던 국카스텐을 보러 메인스테이지로 이동.



땀도 식히고 좀 쉴 겸 무대 뒤쪽에 매트를 깔고 앉았다. 음악을 들으며 아이폰으로 미투데이 뒤적뒤적.
그러다 펜타포트 미투데이에서 "4시부터 십센치 버스킹" 얘기를 봤다.
또 결국... 이번에도 국카스텐을 끝까지 보는 건 포기 - _- 하고 십센치 버스킹 현장으로 향했다.



우리 권정열씨, 노래하는 건 앨범을 팔기 위함이니깐 듣지만 말고 CD 좀 사라고 끊임없이 얘기한다.
"노래할 때 이 앞으로 지나가서 CD 사는 거 괜찮거든요? 그거 하나도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니예요." 하하- 귀엽다.
맨앞 정중앙에서, 그렇게 자꾸 말하는 권정열씨의 눈빛을 피하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래도, 난 디지털 음원 샀으니깐... 흠흠 - _-




10cm의 CD를 사고 파는 현장.






십센치의 버스킹이 끝나자마자 드림스페이지로 바로 이동.
거기선 벌써 No.1 Korean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즐겁다, 넘버원코리안의 무대는 항상.
함께 뛰고 함께 춤추며 마구 즐거워하다가
마지막엔 언제나  "외롭지 말아요 외롭지 말아요 나의 친구여~ 아프지 말아요 아프지 말아요 나의 친구여" 떼창이다. 이 노래를 입맞춰 부르고 있으면 진짜 온 맘으로 그 누구도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된다.
신나게 놀고 이런 마음까지 얻게가게 돼서, 넘버원코리안이 점점 마음에 든다.





맥주 한잔 또 사들고 메인 스테이지로 이동.
원래는 뒤에서 맥주나 마시며 볼 생각이었는데, 별 기대 안 했던 Kishidan키시단. 대박이다.


특히 소방차의 어젯밤이야기를 부를 땐 다같이 뒤집어지면서 환호!
아...도저히 맥주를 마시면서 앉아 있을 수 없어서... 맥주를 거의 원샷하고 얼른 사람들 틈으로 끼어 들었다.
그들의 퍼포먼스와 안무를 따라하면서 한바탕 웃고 나니, 아 참 즐겁다.



YB.




그린플러그드 때도, 타임투락 때도 YB의 무대가 있었지만, 난 왜 YB를 한번도 제대로 보지 않았을까.
의아해하면서 사람들 틈에 껴서 이번엔 제대로 보고 말겠다고 다짐했건만, 이내 커피가 고파진다.
아... 설마 YB가  내게 커피보다 못한 존재라니. 라면서- 결국 그 마음 못 이기고 커피를 사러...







카페 버닝하트의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떡볶이, 이걸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뒤쪽에 앉아서 YB의 음악을 들으며 먹으니 혼자 있는 것도 별로 외롭지 않다.
혼자 공연을 보는 건 상상하지도 않았었는데-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을 때 옆사람 신경쓰지 않아도 되니 오히려 더 편하다.
이런 것도 할만하네.(..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점점 왕따가 되어 가는 거겠지 ㅋ)



배도 채우고 쉬기도 했으니, LCD SOUNDSYSTEM은 제대로 듣자, 싶은 마음으로 무대 가까이로 갔다.
아..정말 겁도 없이.



마구 뿌려대는 물에서 카메라 지키느라, 쪼리 안 벗겨지게 발가락에 힘주고 있느라 지치긴 했지만- 가장 락페답게 즐겼다.
슬램하다 죽을 뻔 했지만, 머리는 물과 땀으로 완전히 젖어버렸지만...정말 최고다.
서로서로에게 나는 땀냄새조차 나쁘지 않다.
귀도 눈도 몸도 즐거워, 이 날의 우승은 LCD SOUNDSYSTEM.




마지막 무대는 후바스탱크Hoobastank.




음악이 좋아 기대를 많이 했지만, LCD 때의 여운이 너무도 길게 남아서인지 막 흥겹지는 않다.
게다가 막차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시계를 계속 힐끔거리다 보니... 결국 난 시간 때문에 즐겁게 놀지 못할 걸 깨달아 버렸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 뒤로 하고 예상했던 시간보다 일찍 나왔다.
덕분에, 동네로 가는 버스가 이번 펜타포트 때문에 특별히 노선 변경을 한 걸 알게 됐지만.
(이 버스 덕에 올때와는 다르게 30분 만에 집에 도착했다.)





25일.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쑤셔댄다.
마치 격한 체육대회를 하고 난 다음날처럼.


친구의 이벤트 당첨으로 함께 가게 된 펜타포트 셋째날, 내겐 둘째날.
좀 더 여유롭게 집에서 나섰다.





'I&I 장단' 의 무대가 취소되고 대체된 옐로우 몬스터즈.



너무 급작스럽게 바뀌었고, 바뀐 걸 나도 TK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정도로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런지 공연이 시작할 때까지 스테이지 앞이 텅 비어있었다. 안타까울 정도로. 공연이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조금 몰려오긴 했지만 여전히 아쉬울 정도.
신인이 아닌 신인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제 막 결성된 프로젝트 밴드라 이름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이미 각자 자신의 밴드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사람들이니 관객 규모가 어이 없을 정도.

얼마전부터 급호감모드로 들어선 마이앤트메리의 베이시스트 한진영씨에, 원래 사랑스러운(!) 델리스파이스의 드러머 최재혁씨.
이 두 사람만으로도 옐로우몬스터즈에 관심이 생기기엔 충분했다.
게다가 이 날 들은 보컬 용원씨의 목소리는, 아 대단했다.

단촐한 관객 사이에 홀로 서있는, 온 몸이 아픈 소심한 나였던지라 "신나게" 놀진 못했지만, 그래도 공연만큼은 굉장.
이들에게 맞는 분위기에서 다시 한번 즐기고 싶은 마음이 충만해졌다.






메인 스테이지로 이동, 이한철.




이한철의 무대는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아, 레퍼토리를 다 알겠어- 라고 친구들과 말하지만,
라인업을 보면 자동으로 동그라미를 치게 되는 이한철씨.
이 날도 어김없이 이한철의 무대를 보기 위해 바삐 메인 스테이지로 움직였다.

예상과는 달리, 올초에 즐긴 다른 페스티벌과는 약간 다른 선곡이었고 분위기도 좀 달랐지만
그는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이한철.
무대를 즐기는 모습 때문에 관객까지 즐거워지게 하는 대표적인 뮤지션이다.

근데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는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우울할 때마다 듣는 Carnival을 부르기 시작하자마자 울리는 핸드폰. 좀 늦게 도착한다는 친구가 앞에 와 있다는 전화. 설마설마 했는데 진짜 이렇게 되네. 하지만 친구 덕에 왔으니 난 웃으면서 갖고 있던 티켓을 주러 나간다. 그게 빌붙는 사람의 자세니깐 ㅠ_ㅠ




친구가 나타난 이후의 것들은-
친구의 글에 의지하련다.

공연을 보는 내내 느낀 건,
정말 사랑하는 밴드가 아니고서는 제일 앞이 아닌 중간 즈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보는 게 더 즐겁고
열심히 셔터를 눌러대며 그 순간을 남기는 것보단 즐기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거다.

그래서 둘째날 공연들의 사진은 거의 없다.
에고 래핑과 킹스턴루디스카 를 보며 매우 즐거웠고,
맥주를 마시며 누워서 들은 김창완 아저씨의 공연은 또 그 나름대로 행복했고
몇번째 보는 뜨거운감자의 공연은 익숙하면서도 또 새로워서 좋았고..
.. 이런 식의 느낌은, 사진이 없더라도- 내가 기억하는 한 언제까지나 내 머릿속에,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어릴 땐 집 밖으로 나가면 밥을 거의 못 먹었다. 학교나 교회에서 수련회를 가면 2박3일 내내 거의 굶었다. 그러다 고 3때 전체급식이 시작됐고, 학교에서 급식을 하고 난 후부터는 웬만한 음식은 다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감사하면서"
음악 페스티벌을 다니면서, 잊고 있던 학교 급식을 떠올린다. 그린플러그드페스티벌 때 고생을 너무 많이 했기에, 이제 어지간한 상황은 잘 받아들이게 된다. 동선이 길어도 GPF보단 가까우니까, 먹을 게 마땅찮아도 GPF보단 많으니깐, 행사장 가는 게 고생스러워도 노을공원에서 등산하던 것보단 나으니깐- 하며.

그래서일까. 펜타포트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을 아무리 봐도 난 그래도 괜찮지 않았냐며 허허 웃게 된다.
아쉬운 점이야 따지기 시작하면 끝이 없겠지만,
언제나처럼, "오늘도 놀아보자"로 시작해 "오늘도 잘 놀았다"로 끝나는 내 공연 관람 패턴처럼-
내가 잘 놀았으니, 일단 나는 만족이다.




이 포스팅은 7월 26일로 등록되겠지만
이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은 8월 8일 새벽 4시다.
7월 24일과 25일, 이 곳에서 실시간으로 포스팅했던 미투데이의 글들을 찬찬히 살펴본다.
150자도 안되는 짧은 글들이지만, 뒤늦게 남기는 이 후기보다 훨씬 생생해서 좋다.
캬라멜로 샤워한 느낌이라니... 훗


글로, 사진으로, 몸으로 기억한다.
21010년 여름의 펜타포트를.
잘 놀았다. 행복할 정도로.
그래서, 이 때를 떠올리는 지금도, 행복하다.
가능하면 아주 오랫동안, 이 느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2010/08/08 04:35
:
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