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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25. 10:22

2010_08_25_아침. 지금 이야기2010. 8. 25. 10:22

한번 잠들면 알람이 울릴 때까지 깨지 않는 내가-
지난 새벽엔 여러 차례 깼다.
빗소리 때문이었을까. 무언가를 기다리는 거였을까.
깰 때마다 옆에 켜둔 노트북을 들여다봤고,
이내 다시 잠들었다.

그래서 그랬을까.
늦잠을 잤다.
평소보다 20분이나 늦게 일어났다.
후다닥 준비를 하고
후다닥 튀어나가야 하는데-
사실 급한만큼 후다닥 튀어나가진 않았다.

지하철역까지 가는 택시를 타고
허겁지겁 들어갔지만
지각을 하지 않을 마지막 지하철은 날 남겨둔 채 떠나가고야 말았다.

아...
한참을 멍하니 서서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했다.
택시를 타고 출근할까.
30분 정도 늦는다고 전화를 할까.
(공항철도와 9호선은 잘 다니질 않아 그 지하철을 놓치고 나면 30분 차이가 나버린다.)

택시를 타기엔 지출이 너무 크고, 비가 와서 길 막힐 위험도 크고
그렇다고 늦기에는 오전에 해야할 일이 너무 많다.
결국, 조금 늦을 위험은 있지만 30분까지는 차이나지 않을,
부평역-영등포역-택시 코스를 선택했다.

평소 지하철 타던 방향의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는 중
지하철 들어오는 소리는 들리는데,
그제서야 깨달았다.
가방에 걸쳐놨던 카디건이 없다는 사실을.

사실 어디서 떨어뜨린지 느낌상으론 알 것 같았다.
평소 같으면 알아챘겠지만
그 느낌보단 지하철을 놓치지 않기 위해 빨리 뛰는 게 중요했기에...
휴- 어차피 놓친 지하철이었는데.

잠깐 망설였다.
옷을 찾으러 갈 것인지, 지금 들어오고 있는 지하철을 탈 것인지.
저 지하철을 타지 않으면 더 늦고 말텐데.
결국... 옷을 포기했다.

황망하다.
난 원래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다.
물건을 잃어버려도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아주 생생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물건을 잃어버리고 나면, 그 충격이 남들보다 몇 배나 더 크다.

물건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내게,
맞춤법을 틀리는 것과 함께-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그건 마치 김탁구가 후각을 잃고, 장금이가 미각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의 의미가 있다.
너무 오바스러운가? ㅋ

지하철에 앉아 엄마한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나 역에 옷을 떨어뜨렸어"

엄마는, 우리 부모님은-
물건을 어지간하면 잃어버리지 않는 나를 아시기에-
내가 뭔가를 잃어버리고 오면 책망을 하지 않으신다.
아무리 비싼 물건을 잃어버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도 마찬가지.
"괜찮다. 이쁜옷 사줄게"

엄마의 위로를 받아도
사실 황망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멍하니-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하는 비주얼드를 켰다.

비주얼드 게임을 한다고 크게 나아지진 않는다.
이걸 하는 내내 생각이 정리된다고 말은 하지만,
사실 속상한 마음이 더 커지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뭔가를 해야 했기에
끊임없이 보석들의 색깔을 맞춰 없앴다.

그러다 귀에 들어온 노래...
최근엔 29일에 있을 데이브레이크의 단공을 위해 데이브레이크 2집만 들었는데
어제 아이폰을 업데이트 한 이후였나.
이어폰에 달린 리모콘으로 플레이를 하니 데이브레이크가 아닌 다른 음악이 나왔는데
그걸 다시 돌려놓지 않았었다.

그렇게 음악을 듣다가
결국 무언지 궁금해서 비주얼드를 끄고 확인했다.
아...
재주소년의 이번 앨범, 10번 트랙. 머물러줘.

최근 재주소년에게 위로를 받는다는 TK의 말을 들으면서도
음원을 사놓은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여태 끝까지 듣지를 못하고 있었다.
처음 두세트랙을 듣고 나면 꼭 무슨 일이 생겨서 음악을 꺼야만 했다.

근데-
오늘 이렇게 내 귀에 들어오는구나.
내게도 큰 위로가 되어서
황망했던 내 마음이 안정됐다는 건 거짓말일거다.
출근해서 자리에 앉아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난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심란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그래도, 고맙다.
아주 잠시나마 그 마음에서 벗어나
음악에 열중할 수 있었으니.

음악을 듣는 내내
당신이 음악을 해줘서 고맙다고,
이렇게 당신이 존재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수없이 되뇌게 하는 음악가들이 있다.
오늘은 그 마음을...
4집을 내놓은 재주소년에게 전해도 될 것 같다.

할 일들이 태산만큼이나 많지만
여전히 마음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 문제.

근데-
이렇게 내 마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재주소년에게 감사를 표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
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끼적인다.

황망하다.
속상하다.
하지만 고맙다.
다행이다.

그러니 일한다, 이제.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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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