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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얼굴에서 숨길 수 있게 되는 날,
난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을까.

정말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일에 주체할 수 없이 화가 나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작정 밖으로 나와
찬 바람을 맞으며 서성이면서도
몇번이나 심호흡을 크게 하면서도 도무지 진정이 되질 않았다.

마치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를 내는 것마냥
내가 이 순간 어떻게 해야 화가 풀릴지
아니, 화가 난 순간을 어떻게 넘어가야할지조차 알 수가 없어
오로지 서성이기만 했다.

사실 미안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두 명은 나 때문에 안절부절 못했고
두 명은 날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으니깐.
의도하지 않았지만 난 그렇게 그 모임의 분위기를 묘하게 어색하게 만들어 버렸다.
 
나보다 어린 친구가 둘, 동갑이 한명 더 있는 자리에서도
막내가 아니냔 소리를 자꾸 듣는 건
단지 내 얼굴이 어려보인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철없음이, 덜 여물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서
그걸 보는 사람들이 그냥 쉬운 말로, "어려보인다"라고 표현하는지도 모르겠다.

"날 서른으로 보는 사람이 없어"란 내 말에 엄마가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니가 애기 같으니깐 그렇지. 이그~" 라고 하시는 걸 보면
확실한 듯. ㅋ

혼자 화를 내고
화가 나게 한 사람에게 또 그대로 화를 내고
이내 민망해져버렸다.

후에, 왜 별 일도 아닌 걸로 그렇게 화를 냈냐는 말에
"나 앞머리 자르니깐 귀여워졌지?" 하고 말을 돌려버렸지만
부끄럽고 또 부끄러워
오늘에까지 한숨이 난다.

나를 컨트롤 하게 되면
화를 참을 수 있게 되면
아니, 화가 난 걸 티내지 않게 되면
어른이 될 거 같아.
좀 더 바람직한 사람이 될 것 같아.

하지만 난 방금, 이 글을 쓰던 중
엄마의 심부름을 가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한눈을 팔며 자전거를 끌고 오는 남학생에게
"앞 좀 보고 다니라"며 버럭하고 말았다.

아...
정말 멀었다.
내가 어른이 되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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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