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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3. 23:42

지금 보는 예전이야기 지금 이야기2010. 11. 3. 23:42

나조차 들어가지 않는 네이버 블로그에, 간혹 들렀다는 사람이 몇명 있어서
오늘은 갑자기 뭐가 있나 궁금해져서 들어가봤다.

쓰잘데기 없는 메뉴들 많네.
'즐거운 요리'라고 하기엔, 난 요리에 별 취미 없고
즐기면서 음식을 먹는 식도락도 안한지 오래.
세상이야기엔 정말 개연성 없는 글들만 잔뜩 스크랩 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난감하기 그지없다.ㅋ

그래도 이거저거 클릭해보다가 흥미로운 글 두 개를 찾았다.

최근에 종종 뵙곤 하는 지승호쌤에 대한 포스팅 하나.
지쌤 모임에 나가서 왜 지쌤의 팬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면 막 이런저런 대답을 하곤 했는데
처음 팬이 되었을 때 남겨놨던 글의 일부다.



2008.07.19 11:40


 

책을 구입할 때, 작가의 이름만으로 선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최근에 산 책들은 전부 다 내용보다 작가가 우선이었던 듯 하다.

 

 

어제, 또 한 권의 책을 구입.

단지 '지승호'라는 이름 때문이었다.

우리나라 최고 인터뷰어 지승호씨와 요즘 관심을 갖기 시작한 우석훈씨의...'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가끔 방송이나 기사를 보면 겉도는 질문이나 뻔한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들이 많아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흔한데, 지승호씨의 것을 접하다 보면 점점 인터뷰 형식의 글에 빠져들게 된다.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위해 꼬박 두 달을 준비하고, 질문을 200개를 만들고, 새벽 3시까지 인터뷰가 진행됐던 것이 아주 단편적이 예.

준비를 철저하게 하는 만큼 뭐가 핵심인지를 정확히 짚어낸다는 것과 인터뷰이의 대답을 왜곡하지 않는 것. 인터뷰이와 독자 모두를 배신하지 않는 그의 특성이 지승호씨를 국내 최고의(혹은 유일의) 전문 인터뷰어로 인정받게 하지 않았나 싶다.

신해철 씨가 먼저 지승호씨에게 연락한 사실이나, 인터뷰를 절대 하지 않는 강준만 교수와 인터뷰한 유일한 인터뷰어라는 사실이 그를 증명한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시대의 창, 2007)

신해철의 쾌변독설 (부엔리브로,2008)

우석훈, 이제 무엇으로 희망을 말할 것인가 (시대의 창, 2008)

 

 

김영하 씨의 신간이 나오면 망설임 없이 일단 사버리는 '습관'에 또 하나의 이름이 추가된 셈이다. '지승호'

 





그리고 또 하나는, 성격이 맞지도 않는 게시판에 비공개로 저장되어 있던 글이다. 왜 그 글이 거기에 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썼다는 것도 어렴풋이 생각날 뿐, 어떤 상황에서 그런 글을 남겼는지도 잘 모르겠다.



"영화 좋아해요? 여행 자주 가요?"
"아니요. 아니요.... 아, 그러고 보니 저 뭐하고 사는지 모르겠네요."



이번 여름, 내게 주어진 휴가 중의 사흘을 봉사활동에 썼다.
시골교회에 찾아가 동네 아이들을 모아놓고 여름성경학교를 열어주는, 그 모습을 촬영하는.
그리고 내가 얻은 것은......... 욕?

 

"니가 지금 봉사활동 갈 때야?"
"지 엄마 힘든거 생각 안하고! 지 아빠 돌볼 생각을 해야지."
엄마와 이모부께 들은 이야기.
다시 한 번 실감했다.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사치일 뿐이라는 걸.

 

 

"저는 다이내믹한 삶을 추구합니다!
어제는 도서관, 오늘은 힙합 콘서트장. 책과 함께 하루를 온종일 보낼 수도 있지만 콘서트장에 가서 땀에 젖으며 공연을 즐길 줄 아는 삶이 진정한 멋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와 함께 배낭만 매고 훌쩍 도보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가 삶을 즐길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바로 제가 세상을 사는 방식입니다."

 
3년 전에 썼던 글 중 일부.
친구와 도보 여행도 가고, 부모님과 해외여행도 가고, 당시 남자친구와 이 곳 저 곳 다니며 각종 문화생활을 누리고. 이걸 당연하게 여겼던 그 때. 그 당시 누군가가 내게 "영화 좋아해요? 여행은?" 이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대답하는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으리라.

 

갑작스런 아빠의 뇌출혈. 매일매일이 고비였던 나날들.

"오늘 밤이 고비입니다." 라는 주치의의 말에 그 날 밤이 지나기만을 바라면서 시계만 쳐다보던 그 순간들. 그 이후로 한동안 영화를 보지 못했다. 매일같이 반전을 꿈꾸던 내게 영화 속의 반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었고, 생사를 오가는 아빠와 상관없이- 한가롭게 스크린을 바라본다는 게 왠지 죄스럽게 느껴졌기에.

 
그리고 사실, 아빠보다 더 안쓰러운 건.. 아빠 옆에 항상 붙어있어야만 하는 엄마. 흔히들 병원에서 간병하는 걸 '환자를 지켜보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재활환자의 간병은 그렇지 않다. 새벽 6시부터 밤 9시까지 한시도 앉아 있을 틈이 없는 생활.

 
사람이 어떻게 사는게 바른 삶인지 고민하다가도 엄마 앞에 서면 생각이 멈춰선다. 어찌나 사치스럽게 느껴지는 고민인지. 엄마에겐, 우리 부모님과 같은 상황을 견뎌내고 계신 분들에겐.. 막연한 삶에의 고민 대신, 얼마나 이 시간을 더 견뎌내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 이 문제가 더 절실하지 않을까. 사실 나 자신도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듯 말하지만, 자주 무너져 내린다. 도대체 얼마나 더 이 시간들을 견뎌내야 할까...



이때의 상황과 어쩌면 그다지 변한 건 없는데,
난 이제 전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다시 사치스런 고민을 하고, 중독이라도 된 것처럼 공연을 보러 다니고, 집에 일찍 들어오는 걸 싫어하고.
오히려 철이 없어진걸까.
....ㅋ


어쨌든, 이런 식으로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리는 건
깨나 유쾌한 일인 것 같다. 두번째 얘기는 좀 아프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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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