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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11. 4. 00:37

부질없이 피곤하다 지금 이야기2010. 11. 4. 00:37

어차피 포장을 벗기면 다 똑같이 생겼을 지우개인데, 굳이 다른 포장으로 된 지우
개를 네개나 집어들었다. 오빠의 "참~ 쓸데없다." 가 음성지원 돼서 잠시 큭큭대고 웃기도 했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가면 습관처럼 교보문고에 들르고, 교보문고에 가면 또 습관처럼 지우개를 보러 다닌다. 그러곤 그날의 기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지우개를 찾아서 사고야 만다. 한번에 몇천원어치 지우개를 사곤 하는 내가 얼마나 우스워 보일까... ㅋ




지우개처럼 또 집착하는 게, 겨울이면 부츠. 오늘도 결국 또 하나의 부츠를 사버렸다. 원하던 색상은 아니었지만, 디자인이 딱 내가 찾던 스타일이었기에 사버렸다. 이렇게 신발장 안에 다섯번째 부츠를 채워넣는다. 신발 욕심이 별로 없어서 필요한 만큼만 갖고 있는 편인데- 이상하게 부츠에 대한 욕심은 못 버리겠다. 낡고 망가지고 유행이 지나서 버린 것까지 하면, 날 거쳐간 부츠가 열 개도 넘나 보다. 여유만 있다면 각종 스타일은 다 구비해 놓고 싶어, 그리고 추위를 정말 많이 타서 오는 겨울이 달갑지 않지만- 부츠 생각을 하면 1년 내내 겨울이었으면 싶다.



매사에 좀 이렇다. 대부분의 일에 무심하지만, 그래서 엄마한테 종종 지적받곤 하지만 한번 빠진 것에는 무서울 정도로 집착을 보인다. 한때 열심히 모았던 푸우 녀석들을 보면 허무하고, 꽂힌 음식만 먹다가 결국 질려서 더이상 못 먹게 되는 경우엔 한심하기 그지없지만- 정말 고쳐지지가 않는다. 아니, 고칠 생각조차 없기도 하지. 그냥 잠깐 한심해하고 허무해하다 마는 거다.



이게 사람에게까지 적용되면 피곤할까.
응, 사실 피곤해.

선을 굉장히 중시하기에, 내가 그어놓은 선보다 훨씬 넘어오려는 사람을 감당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감정의 속도가 다른, 나보다 훨씬 빠른 사람에게선 언제나 도망쳤다. 내가 생각하는 거리가 유지될만큼 멀리 또 멀리. 하지만 사람이라고 왜 집착의 대상이 생기지 않겠는가. 사람이기에 물건처럼 단순하지 않아서 함부로 집착을 보여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가 남들보다 훨씬 더 심한, '쿨함에의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집착의 가능성을 스스로 너무도 잘 알기에 쿨해야 한다는 걸 끊임없이 되새긴다. 이러면서 인생 자체가 피곤해진다. ㅋ



수집은 부질없고 집착은 피곤하다. 아... 삶, 참, 부질없이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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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