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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5. 30. 01:27

doodoo씨와 북스캔 librarian2011. 5. 30. 01:27

내게 전자책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결정적인 요인은 '소유욕'이다. 김중혁 씨의 책을 도서관에서 읽었지만 다시 구입을 하고, 김영하 씨의 책을 이미 몇 권 가지고 있지만 전집을 또 사고, 지승호 씨의 신간이 나오면 바로 주문을 해버리는 습관이 그거다. 이런 나를 광고성 댓글로 자극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바로 미투데이의 \doodoo\. 나의 책 관련 포스팅에 달린 댓글 하나, "종이책에 애정을 가지는 것은 좋은 것이다. 책 속에 영혼을 가지는 것은 더 좋은 것이다. 그러나 숲이 사라진다면 당신과 자녀들의 영혼은 지구에 머무를 수 없다. 스캔하라! 영혼을! 종이책을... 한 권에 1000원으로."

허 참, 일단 차단하는 걸로 넘어갔지만 다른 곳에서의 어이없는 댓글을 보고 꾹 참았던 화가 폭발해버렸고, 급기야 나의 미투데이 글로 소환하여 따지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서 오간 이야기는 사실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저 \doodoo\란 사람으로 인해 검색을 해보니 북스캔업체가 성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두가지, 북스캔업체의 주장대로 종이책은 지구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가. 또 이런 북스캔이 저작권에 문제가 되지는 않는가.

환경적인 측면에서 볼 때 종이를 생성하기 위해 나무를 사용하고 그걸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자원과 에너지가 소비된다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한 조사에서 전자책이 활성화되면 나타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 중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할 거라 예측한 것도 '종이소비량 감소 및 지구생태계의 보호'였다. 하지만 전자책의 경우 전자기기 사용에 따른 전기 이용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이미 출판된 책에 대해서도 환경에 대한 책임을 무는 게 합당한가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종이를 재활용한다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과연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물건 중 환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게 얼마나 될지가 의문이다.

다음은 저작권 문제. 개인 소유의 책을 개인이 스캔하여 개인이 이용, 소장할 경우 저작권 위반이 아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 또한 \doodoo\의 주장대로 일본에선 북스캔 작업이 꽤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개인적으로 스캔 장비를 구축하여 스캔하는 경우도 많고 북스캔업체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근데 일본 저작권법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사적복제'를 허용하고 있는데 1) 사적사용 목적일 것, 2) 가정내 등 제한된 범위일 것, 3) 사용하는 자가 스스로 복제할 것 이라는 조건이 붙는다. 사적 복제가 아닌 점에서 법조인들은 이를 위법으로 보고 있다. 권리자들이 북스캔을 아직 제소하지 않은 이유는 위법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윈-윈 비지니스 모델로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을 준비중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여기서 또 의문이 생긴다. 현재 상황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기 전에 생기는 문제점은 없을까, 아니면 윈-윈 비지니스 모델로 발전하여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자칫 잘못해 부작용이 생기진 않을까.

 조금 오바해서 생각해보자. 북스캔을 이용하는 고객들에게서 매번 같은 책에 대한 요청이 생긴다면 어떨까. 한 책을 작업한 후 데이터를 삭제하고 자료를 파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효율성을 따진다면 같은 작업의 반복은 합리적이지 못하단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그 때부터 문제는 꼬이기 시작한다. 또한 스캔 작업만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할까. 이 고민은 온라인서비스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책을 소유한 이용자가 온라인을 통해 이용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아주 합리적으로 보이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이것은 음악저작권과 관련한 시행착오와 비슷하게 흘러갈 여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mp3.com에서 서비스한 온라인로커는 자신이 가진 CD를 등록해서 온라인으로 듣는 형태였지만 결국 대형음반사의 소송으로 서비스가 폐쇄됐다. 비슷하게 일본에서는 자신의 CD 곡을 휴대전화로 들을 수 있는 MYUTA 서비스를 제공하였지만 이 또한 JASRAC의 고소로 폐쇄되었다.

근데 이러한 서비스를 제한함과 동시에 음원의 불법유통이 이루어진걸 생각하면, 법과 저작권만을 따져서 무조건적으로 막는 게 능사는 아니다. 일본에서 거금을 들여서까지 자신의 책을 디지털화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요구를 출판사에서 충족시키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종이책이 팔리지 않을 것을 우려한 출판사들은 여전히 전자책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타블릿 PC를 소유하는 사람은 늘어가지만 이용할 컨텐츠가 없다면 곧바로 불법유통이 이루어질 것은 자명하다.

자, 그럼 이제 할 말은 딱 하나다. "어쩌라고?" (응?)
보관을 위해서든 이용을 위해서든 책을 스캔하는 건 이제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근데 이대로 진행하면 어마어마한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그렇다고 막기만 한다면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만만찮다. 이도저도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이런 업체가 성행하도록 만든 요인일 것이다.
한가지 확실한 건 북스캔 업체가 환경 운운하며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드는 마케팅이 아닌, 필요를 자극하는 문구를 사용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취급을 받을 수 있다는 거다. 어차피 양날의 칼이라면 말이다.
 

음... 이로써- 결론적으로는 북스캔업체를 위한 포스팅이 된 건가? - _-








들여다본 책과 페이지

사사키 도시나오 저, 한석주 역『전자책의 충격, 서울 : 커뮤니케이션북스, 2010.
이용준, 『전자책 빅뱅 : e-북 르네상스』, 파주 : 한국학술정보, 2010.
http://estima.wordpress.com/2010/07/20/japandigitalbook/
http://catchrod.tistory.com/544
http://www.kr.emb-japan.go.jp/cult/cul_music_event_28.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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