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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닮는다. 닮아서 친구가 되는 건지, 친구가 되어서 닮는 건지 -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어쨌든 닮는다. (기독교적인 측면에서 닭이 먼저다. 친구는 모르겠다.) 몇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1년에 책을 100권씩 읽는다. 미쳤지. (응?) 책 읽는 걸 좋아하지만 100권까진 가지도 않고 또 그걸 헤아려 본 적도 없는 나로서는 좀 충격이었다. 2년을 지켜보다 결심했다. 2011년 내 목표는 100권 독서다.

사실 난 소설이 아니면 완독을 하지 않는다.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의 대부분을 4/5 쯤만 읽었다. 근데 헤아리기 위해선 완독을 해야 했다. 오- 정말 기를 쓰고 읽었나 보다. 잘 읽히지 않는 책은 애초에 관뒀다. 이렇게 열심히 읽었고 바람직하게도 내 목표 100권에 도달했다. ...면 지금이 아닌 연말에 이런 글을 쓰고 있겠지. 아직 6월이다.

일단 소설을 잘 읽지 않던 나였는데- 소설에 편중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물론 100권 달성이란 목표 때문만은 아니었다. 사회가 돌아가는 꼴에 적당히 질려있었고, 세상을 걱정하기엔 내 삶이 너무도 팍팍했다. 그래서 소설을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그게 훨씬 쉽다는 걸 알게 됐고, 그래서 계속 소설을 골라들 수 밖에 없었다.

또 슬슬 완독에 지쳐갔다. 세상엔 아주 많은 책이 있고 우리네 인생은 너무 짧다. 적당히 읽다 말아도 될 책인데 굳이 권수를 채우기 위해 끝까지 읽고 있는 모습이 한심했다.
나 뭐하고 있는 중이지?

이런 생각이 들 즈음 전자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위해 여러 권의 관련도서를 속독했다. 이렇게 정보습득을 목적으로 30분~1시간 동안 후다닥 읽어버리는 경우엔, 카운트를 해야 할까. 독서긴 독서인데, 100권의 의미에 포함시키기엔 너무 무의미한 상황이지 않나. 웃겼다. 에라 모르겠다. 그만 두자.

여기까지만 보면 "에라이 끈기 없는 놈", "포기가 쉬운 녀석" 소리 듣기 딱 좋다. 그래서 찾았다. 내 산만한 독서성향을 뒷받침해줄 근거를. 변명하려고 일부러 찾아낸 건 아니고, 서가를 지나다 우연히 발견했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란 자기계발서스러운 책을.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 나루케 마코토 지음 ; 홍성민 옮김)

제목부터 딱 내 독서방법이다. 아직 열권까지 읽은 적은 없지만, 도서관 대출 권수는 항상 4~5권을 유지한다. 그 중 한 권이라도 다 읽으면 나머지 책을 끝마칠 생각보단 다음에 빌릴 책을 고민한다. 오늘도 한 권 반납함으로써 잔여대출가능권수가 일곱권이 되자마자 왠지 불안해져서 '노 임팩트맨'을 꺼내왔다. (이렇게 쓰고 나니 나 진짜 정서불안 같네...)

이 책의 저자는 '초병렬 독서법'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책 열 권을 동시에 읽는 방법이다. 책의 장르나 주제에 따라 자극을 받는 뇌의 부위가 다르기에 문제 될 건 없단다. 맞는 말 같다. (뇌에 대해 잘 모르기에 완전 긍정은 못 하겠다.) 게다가 난 진중권을 읽다 홍세화를 읽다 박노자를 읽다 김규항을 읽는 등 그 나물에 그 밥, 아니 비슷한 주제의 책을 동시에 읽곤 했지만 내용이 뒤섞인 적은 별로 없다. 게다가 완독할 필요도 없다고 하니, 아- 나 얼마나 잘하고 있는 거니. 엥-

또한 매달 몇 권의 베스트셀러만 골라 읽는 유형이 가장 좋지 않다고 말한다. 모두가 읽는 책만 읽는 사람은 자신의 철학이 생길 수 없다. 물론 난 모든 사람이 우루루 몰려다니고 다 똑같은 얘기만 하는 것을 아주 끔찍해하기 때문에 베스트셀러를 읽지 않는다. 이 때문에 가끔 정말 좋은 책을 놓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베스트셀러라도 꾸준히 읽으면 호불호가 생기기 마련이라 어지간하면 자신만의 독서취향이 생기지 않나 생각한다. 귀여니 소설 따위가 자기 취향이라면 뭐, 더이상 할 말 없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상상력도 빈곤하고 자기만의 철학이나 주장도 없다는, 뻔하고 좋은 말도 잔뜩 써있다. 독서계의 자기계발서인 게 확실한 듯. 자기계발서에도 사실은 틀린 말이 하나도 없듯이 말이다. 어떤 사람들에겐 쥐어주고 좀 읽으라고 하고 싶다. "일단 이거부터 읽고, 우리 말싸움 할 땐 제발 논리나 기본 지식 좀 갖고 얘기합시다."

한가지 우스웠던 부분은, 저자가 책을 선택하는 방법 중 하나로 '띠지가 흥미로워야 한다'를 꼽았다는 거다. 문구가 잘 와닿지 않으면 편집자가 신경써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라나. 허허- 우리 지쌤의 비운의 책이 문득 생각났다. 인터뷰 형식이 아닌 유일한 책 '열정 바이러스'는 내용이 상당히 괜찮음에도 출판사에서 성공 운운하는 띠지를 두름으로써 자기계발서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해버렸다.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얘기가 실려 있지만, 흔한 성공신화 따위의 책이 절대 아닌데 말이다. 띠지와 관련한 저자의 마인드가 사실은 일반적인 인식이었더래서 그 책은 그렇게 슬픈 운명을 맞이하고 만 걸까. 어휴-

넘버링을 하지 않은 이후로 조급증은 사라졌다. 하루에 두세권씩 읽기도 했던 때인 한두달 전에 비해 독서량이 줄긴 했지만 더 다양한 종류의 책을 더 깊이 있게 읽을 수 있게 됐다. 여전히 '세상에 읽을 책은 너무 많고 내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다 (그래서 답답해 미치겠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단 Birzzle부터 끊고 다시 얘기하자.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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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