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방 책장 세번째줄은 메인 라인이다. 책상 의자에 앉았을 때 딱 눈높이고 침대에 누워있을 때나 서있을 때나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이 세번째 줄이다.
세번째 줄 왼쪽 칸, 즉 책상에서 가까운 쪽은 인문사회분야의 가장 중요한 책들이 꽂혀 있다. 세번째 줄 오른쪽 칸에는 가장 소중한 문학작품이 꽂혀 있다. 당연히 김중혁작가님의 책으로 시작한다.
김중혁작가님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악기들의 도서관"을 시작으로 소설들이 죽 꽂히고 그 다음에 산문집이 놓인다. 마지막에 김연수작가와 쓴 "대책없이 해피엔딩"으로 경계를 나눠주고 그 다음에 김연수씨의 책이 꽂힌다. 사실 메인 라인에 꽂힐 만큼 김연수작가를 좋아하진 않지만, 구성을 위해선 어쩔 수 없다. 김연수작가의 책이 다 꽂히고 나면(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게 두 권 밖에 없다), 그 옆에는 김연수작가의 책과 가장 비슷하게 생긴(그냥 문학동네 최신 트렌드인) 김영하작가의 책이 온다. 사실 김영하작가님의 책이 다 꽂히기에는 남은 공간이 많지 않아, 문학동네 최신작들이 꽂히고 다른 표지의 책은 한 칸 밑으로 내려간다. 어딘가 찜찜하지만, 표지가 확 갈라주니 그런대로 참을만 하다.
문제는 김중혁작가님의 새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이다. 책장을 새로 구성할 때 이미 김중혁작가님의 신간이 머지 않아 나올 거라는 사실을 알았으면서도, 몰랐다. (응?) 책상 위에 쌓인 책을 정리하다가 세번째 줄엔 더이상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억지로 끼워넣으려 시도하며 언젠가 들었던 "사서들은 이용할 생각보다 정리할 생각을 더 많이 하지"라는 근거없는 조롱이 떠올랐지만, 정리된 이 형태가 흐트러지는 건 용납할 수가 없어서 책 사이를 벌리고 또 벌렸다.(아- 이래서 그런 조롱을 듣는 건가) 그러다가 김중혁작가님 책 중 한 권의 띠지를 찢어뜨리고 난 후에야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문학동네 최신작 표지를 갖고 있는 김영하작가님 책 한권을 밑으로 내렸다. 그러곤 그 곳이 보이지 않게 정장치마를 걸어뒀다(응?). 기왕 이렇게 된 거, 김중혁작가님의 작품 중 유일하게 사지 않았던 '펭귄뉴스'를 사서, 책장 구성을 완전히 바꿔야겠다(는 생각 대신 좀 더 생산적인 일에 힘을 쏟고 싶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