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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8. 01:58

연필깎기 연필깎이 지금 이야기2014. 4. 8. 01:58

김중혁작가님을 처음 보기 위해 마냥 기다리던 날, 연필 깎는 얘기를 낙서처럼 끼적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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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난 연필도 동그란, 육각형 연필 깎는 연필깎이에 깎아질까.
조그만 연필깎이를 쥐고 연필을 돌릴 때 그 사각거림이 좋아
컴퓨터로 모든 업무를 처리함에도 하루에 네댓번씩 연필을 깎아댄다.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연필을 깎고
심심할 때 연필을 깎고
머릿속을 정리할 때 연필을 깎고
생각나면 연필을 깎는다.
이렇게 연필을 깎아대고 있으면
우울할 때 해지는 광경을 본다는, 그래서 어느날은 마흔세번이나 해가 지는 걸 보고 있었다는
어린왕자가 생각난다.
어린왕자의 별이 작지 않아,
24시간을 기다려 해지는 광경을 봐야 했다면
어린왕자도 대신 연필을 깎아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고 보니, 부끄러운 걸 잊으려고 술을 마시고
술을 마셔서 부끄럽고
그래서 또 부끄러움을 잊으려고 술을 마신다는,
어린왕자가 만난 이상한 어른과-
몇번이고 지는 해를 바라보던 어린왕자와-
수없이 연필을 깎아대는 내가, 다른 점이 뭐란 말인가.
남들이 보면 전부다 그저 의미없는 행동인 것을.

순수한 어린왕자와 고주망태 아저씨를
같은 취급 해버리니 어쩐지 통쾌해진다.
...나 원래 이런 사람이었던 걸까.

옆자리 커플이 콘센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나갈 생각도 하지 않고 노닥거리지만 않았어도
절대 어린왕자를 비하하는 발언 따위는 안 했을 거다.
그냥 나가길 기다리다 보니
연필로 끼적이게 되고
연필로 연필 얘기를 하니 연필 깎는 얘기로 이어지고
연필 깎는 얘기를 하다 보니
어린왕자 생각이 났던 거다.
그 뿐이다.

김중혁씨의 좀비들 뒷표지엔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 하나의 사건은 이전 사건의 결과이자 다음 사건의 원인이었다. 도미노가 다음 도미노를 넘어뜨리듯 모든 사건은 연결되어 있었다.' 란 본문의 내용이 적혀있다.
이런 게 아닐까. 원래 세상은 다 이런 거니까.
어린왕자는 아무리 억울해도 책임을 나에게만 물어서는 안 되는 거다.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 탓인 거다.

김중혁씨의 책을 꺼내 윗 문장을 베껴쓰는 동안
커플은 일어나 나가고 여자 둘이 들어와 앉았다.
얼른 다가가 "제가 콘센트 쓰려고 옮기려던 자리였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으시면 저와 자리 좀 바꾸시죠." 했다.
워낙 예의바른 내가 워낙 정중하게 말한지라 흔쾌히 옮겨줬다.
이게 다 김중혁씨 덕분이다. 엥-

이렇게 친절한 김중혁씨는
이 날 저녁 내게 친절하게 사인을 해줬다.
김중혁 씨가 정말 좋다.
내가 조금만 더 빨리 태어났거나, 조금만 더 그분을 일찍 만났다면
먼저 결혼하자고 했을텐데. 엥-
http://hyonny.tistory.com/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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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극심한 두통에 시달리며 울다가,
교보에서 김중혁작가님의 책을 구입하면 김중혁작가님이 깎은 연필 한 다스를 준다는 글을 보고 깔깔 웃었다. 이런 매력적인 선물이라니.
작가님이 연필 깎는 영상 밑에 흐르는 자막이. 맘에 든다. 나도 연필 깎는 거 엄청 좋아해요. 물론 난 연필깎이로 - _-;


http://vimeo.com/m/90602958

생각난 김에 내가 엄청 아끼는 파버카스텔 연필이나 깎으려고 꺼냈는데, 이 연필은 애초에 깎여서 나온다는 걸 깜빡했다.
어차피 칼로는 잘 못 깎으니까 상관은 없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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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