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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에 해당되는 글 1

  1. 2010.07.18 김영하 컬렉션_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작가의 말'이 없다.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마지막에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로 끝이 나야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근데, 작가의 말이 없다, 이번에 새로 구입한 김영하 컬렉션의 책에는.

일부러 뺀건가. 왠지 모를 배신감에 입을 삐죽거려본다. '작가의 말'을 빼먹지 않고 읽기 시작한건 김영하 선생님을 알게 된 후부터였는데...

기존에 갖고 있던 책은 이벤트 따위로 김영하 작가를 아직 좋아하지 않는 다른 사람에게 넘길 생각이었는데-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이번에 구입한 컬렉션은 갖고 있던 것과 같은 책이 아니니까... 다른 책도 작가의 말이 써있는 걸로, 다시 구입해야 하는걸까.

응? 이렇게 써놓으니 너무 매니악스럽네.

계속 의아해하다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나오네. "원래 있던 해설과 작가의 말 등을 모두 빼고 오직 소설만 담았습니다. 구판의 작가의 말과 구판 관련 자료들은 김영하 아카이브에 올려놓았습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휴- 김영하 아카이브는 여기다.



십년 만에 다시 읽은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는, 역시나 익숙했다. 십년이나 지났음에도 그 때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난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긴 흘렀나보다. 그 때 뇌리에 박혔던, 며칠이고 날 놓아주지 않았던 문장들은 이제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일반적인 게 되어버렸다. '자살할 용기조차 없는 사람은 먹을 것을 서서히 줄여간다'는 종류의 얘기들...

문득, '작가의 말'까지 수록된 책은 또 남겨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십년을 그랬던 것처럼 매일같이 책을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지내다가 십년 후에 책을 사는 거다, 이제 때가 되었다며. 그리고 십년 후엔 "담배 같은 소설을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까지 읽으며 책을 마무리하고, 십년 전엔 작가의 말이 없어 아쉬웠다고 회상하고, 이십년 전엔 작가의 말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느낌이 무척이나 궁금했다고 회상하는 거다. 십년 후에도, 여전히 "이십년 전에 느꼈던 감정의 흐름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네"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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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