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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8. 12. 01:07

이천십년 팔월 십일일 지금 이야기2010. 8. 12. 01:07

1. 내가 비를 피하는 기술이 있는 건지, 아니면 내가 다니는 길목에만 비가 잘 오지 않는 건지- 요 며칠 우산 펼 일이 별로 없었다. 비가 많이 오던 어제 퇴근길에는 우산을 쓰긴 했지만, 그때도 별로 비가 많이 온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출근을 하면 퇴근할 때까지 건물에서 나올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사실, 밖에 태풍이 부는지 우박이 떨어지는지 알 길이 없다. 게다가 담요를 두르고 있을 정도로 에어컨 바람이 세서, 더위를 느낄 일은 더더욱 없다.
사무실에 앉아서, "비 별로 안 오잖아?" "더위 이쯤은 견딜만 하잖아?"라고 생각하는(생각할 수도 있는) 내 자신이 문득 세상에서 가장 이기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책상 앞에 앉아서 경제 좋아지지 않았냐고 묻는 높은 분들이 왜 그렇게 말할 수 있는지 왠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 저녁에 뉴스를 보는데 국지성 호우 얘기가 나온다.
서울에서 사고가 났을 때 1시간 동안 북한산 구기동에 114mm가 쏟아진 반면,여의도는 2mm에 불과했단다.
역시나, 내가 다니는 길목에는 비가 별로 오지 않은 거였나보다.

3. 이번 태풍으로 knn의 카메라기자 한분이 순직하셨다.
아침에 기사를 통해 사진을 보는데- 눈물이 솟는다.
난 분명 모르는 분인데, 낯이 익다.
말로 쉽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방송인 특유의 생김새가 있는데 그 분의 모습에서 그게 한 눈에 보였다.
어릴 때부터 봐왔던, 아빠 동료분들의 표정과 같은 모습.
그 분의 얼굴엔 너무도 순진하게 "나는 방송인입니다"이라고 써있어서, 취재를 하다 사고를 당하신 그 분의 인생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슬프다.

4. 나에겐 눈곱만큼의 영향도 주지 않은 태풍이 한반도를 다 빠져 나갔단다. 일단은 비도 그쳤다.
원래 난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날씨에 기분이 좌우되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십대의 그 어느날 이후로 비가 와도 눈이 와도 햇볕이 뽀송뽀송해도 난 끄떡도 안 했다.
근데- 왜 눈물이 흐르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내가 더위를 타지 않는 것도, 비를 맞지 않는 것도 전부 다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달아 버려서인지,
태풍 속에서 순직하신 카메라기자님의 얼굴을 봐버려서인지-
난 오늘 자꾸 울기만 한다.
그 어느 것도 내 눈물의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히 않아서,
...오히려 다행이다.

5. 8월 13일 아침에 덧붙임.
그러고 보니 난, 어제도 울고 그저께도 울고- 마치 울보가 된 것마냥 자꾸 울어대네.
울지마,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보지만.
오늘 아침도 기분이 썩 괜찮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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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