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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로 들어오는 그 남자를 보자마자 난 직감적으로 알아챘다. 옆에 있던 친구의 손을 붙들고 아래층으로 뛰기 시작했다. 3층을 지나고 있을 때 큰 폭발음이 들렸다. 잠시 친구와 얼굴을 마주본 후 더 빨리 아래로 내려갔다. 건물 밖으로 나갔을 땐 이미 경찰과 구경꾼들이 에워싸고 있었다. 밑에서 올려다본 학교 건물은 처참했다. 내가 있던 교실을 포함해서 5층의 네개 교실 정도가 폭발로 허물어지고 있었다.

사상자는 많았다. 그리고 그 남자는 여전히 붙잡히지 않은 채 학교 안을 활보하고 있었다. 아무도 내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난 죄책감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나 혼자만 빠져 나오는 게 정당한 행동이었을까. 그 때 다른 조치를 취했다면, 어떻게든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이 그토록 클 줄은 정말 몰랐었다.

그리고 그러한 자괴감은, 꿈에서 깨어난 이후까지 계속 됐다. 이게 만약 현실이었더라면- 직감적으로 위험을 알아차렸다면, 난 내가 혼자 살아남는 대신 다른 행동을 할 수 있을까. 무의식에서 펼쳐진 꿈 속에서 난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도 여전히 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였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내 꿈엔 오류가 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직접 들어와 폭발물을 설치하고 그 즉시 그 공간을 폭발시켜버린다. 그런 식으로라면 그 남자도 거기서 함께 죽어야 했다. 교실 한 칸은 폭발시킬 수 있지만 그 다음 교실이란 없는 것이다. 아무리 불이 나고 폭발해도 살아남는 영화 주인공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얘기였다. 그래서 내 죄책감은 거기서 끝났다. 아니 꿈에 대해 아예 잊었다.


꿈이 다시 생각난 것은, 소스코드에서 기차가 폭발하면서였다. 기차의 폭발과정을 몇차례나 보면서, 새벽에 꾼 꿈에 대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내 스스로에 대한 변명 혹은 위로를 하며 "이 꿈엔 오류가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주인공처럼 몇 차례나 그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여긴 오류가 있다'면서 외면할 수 있을까. 그 어떤 오류도 '콜터가 깨어나보니 션이 됐다'란 것보단 덜 허무맹랑할테니 말이다.

영화는 감독이 마음먹은대로 흘러갈 거라 처음부터 예상했다. 어차피 현실과 가상현실을 넘나드는 세계는 어떤 논리로도 설명할 수 없을테니, 아직까지는. 주인공이 세계를 바꾸든, 깨어보니 이 모든 게 꿈이든 그렇게 큰 상관은 없다. 감독도 이런 마음이었는지, 굳이 소스코드에 의해 펼쳐지는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에 모든 게 멈춰버리는 순간이 있다. 혹자는 그게 마치 게임에서 다음판으로 넘어갈 때 나타나는 'loading...'의 순간이라고도 한다. (재밌는 해석이다.) 그게 어떤 의미든 그 화면에서 볼 수 있는 건 평온한 일상이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삶이다. 감독이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그 부분 아니었을까. 네이버검색의 '소스코드' 연관검색어에 '소스코드 결말'이 있지만, 어쩌면 결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모두 결말에 대한 검색은 그만두도록. 엥)

오늘 지금 이 순간을 현실이라 생각하고 사는 나는, 폭발물이 터지는 교실에서 홀로(정확히는 친구 한명과) 탈출하여 죄책감을 느끼는 나와 상관없이 오늘을 살아갈 수 있다. 그저 하필이면 소스코드 라는 영화를 보려고 한 날 새벽에 그런 꿈을 꿔서 꿈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길게 가는 것 뿐이다. 그 남자가 누군지 밝혀내라고 누군가 나를 소스코드 안에 쑤셔넣기 전까진 말이다.

그래도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가상현실은 실제현실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믿고 있지만, 실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 때문인지- 아니면 나란 애가 원래 꿈 속의 자아에게까지 책임감을 느끼는 '졸라' 착하고 바른 애이기 때문인지는 8분 후에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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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인생인거지, 써니.  (0) 201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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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11. 5. 12. 01:03

이게 다 인생인거지, 써니. 영화이야기2011. 5. 12. 01:03

1. 두 달이 지났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지도. 영화를 본 지도. 함께 그리고 따로 영화를 참 많이도 봤는데, 그 사람과 함께 하지 않게 된 이후 영화를 볼 수가 없었다. 참 이상도 하지. 문득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느닷없이 말이다. 퇴근 셔틀버스가 서는, 바로 그 앞에 있는 극장에 예매를 했다. 평이 나름 괜찮은, 써니.

2. 고등학생 때의 추억을 되새기는 영화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아침을 맞이한 딸의 신경질적인 모습을 본다. 추억 돋는다. 아- 난 아침마다 가라앉은 기분을 주체할 수 없는 저혈압 학생이었지. 그 기억부터 되살아나다니. 허무해서 혼자 큭큭 웃어댄다. 정상 혈압인 지금 상태가 새삼 다행스럽게 느껴진다.

3.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물이 터지는 영화란다. 아 정말. 몇번이나 울고 싶어졌다. 실제로 어떤 장면에선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인생 참 거지 같지. 인생을 대입시키다 보니 아무렇지도 않은 평범한 장면에서 자꾸 눈물이 나나 보다.
누군가 말했다. 장점과 단점이 많은 영화라고. 난, 이 영화가, 우리네 인생과 너무 많이 닮아서 그런가보다고 중얼거려본다.

4. 오늘 아침. 영화에서처럼 똑같이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아침부터 메시지를 보낸다. 한 친구의 연락처를 묻는.
저녁에 만나 맥주를 마시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돈 문제다. 서로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한다. "우리 중 가장 부유했던 그 애가 우리한테 돈을 빌리러 다닐지 누가 알았겠냐."
그러고 보니 감독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의 아이러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래, 이게 딱 그런 거지.

5. 모든 일이 내가 하고자 하는 방향과 전혀 다르게 흘러간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두 달 여 동안 몇 차례나 우리에게 벌어진 상황을 떠올려봤다. 그 중 한두가지를 피했다 한들, 결과가 달라졌을까. 이 영화는 어쩌면 내게 "그게 인생이다"란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흘러갈 수 있는 삶.



다른 얘기.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갈 때 가만히 앉아있으면 직원이 들어와 노려본다. 어제도 모두가 다 나갈 때까지 앉아있다가 도저히 그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무비위크의 기사를 읽다가   영화의 크레딧이 끝나면 에필로그가 나온다는 걸 알았다. 속상하다.
영화가 괜찮으면 엄마와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이신 친구분께 영화 티켓을 끊어드리려고 했는데- 엄마나 친구분의 정서는 아닌 거 같다. 나도 우리네 삶을 보여준다고는 했지만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렇게 영영 에필로그는 보지 못하고 넘어가는 걸까. 암튼 속상하다. 그냥 이것도 인생이라고 치면 좀 간단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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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2011. 5. 9. 12:46

김중혁 지금 이야기2011. 5. 9. 12:46

서가에서 책을 찾다가, 김중혁씨의 책이 꽂혀있는 자리에 가서, 악기들의 도서관 두 권-좀비 세 권-펭귄뉴스 두 권을 손으로 차례대로 훑는다. 뿌듯한 눈빛으로 잠시 바라보고 다시 내가 찾는 책을 향해 간다.

......이렇게 변태가 되어가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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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libhyon
김중혁씨가 좋다, 다짜고짜.

악기들의 도서관으로 시작해서 좀비들, 펭귄뉴스까지 읽으면서 난 '미치겠다'를 몇 차례나 반복했던가. 글을 잘 쓴다, 재밌다의 종류가 아니라 매 순간순간 감탄했다. 이렇게 흥미로운 사람이라니.
김연수씨와 함께 쓴 대책없이 해피엔딩까지 읽고 나니 어느새 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김중혁씨에 대한 사랑고백을 하기에 이르렀다. 재치에 전율했고, 내공에 전율했고, 능청스러움에 전율.... 엥- 난 이 책을 보고 부르르 떨기만 했나.
그 후로 이틀을 김중혁이란 이름으로 검색만 하며 보냈나보다. 그 와중에 상상마당에서 김중혁씨가 진행하는 공연에 관람신청을 하고, 김중혁씨가 제작하는 인터넷라디오 홈페이지에 접속해보고, 각종 기사들을 훑고 블로그를 즐겨찾기에 추가했다.

블로그를 샅샅이 읽다가 쓰고 있는 서평이 '닉 혼비 런던스타일 책읽기'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보게 됐다. 오호- 당연히 생기는 호기심. 다음날 바로 도서관에서 빌렸다. 원래 꽂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변 서가를 샅샅이 뒤져서 결국 찾아냈다. 아 이런 의지라니. (책은 닉 혼비의 소설들 틈에 숨어 있었다.)

퇴근길에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 뭔가 겉도는 느낌이다. 너무 피곤해서 글자만 읽고 있는 걸까. 아니면 글 자체가 산만한 건가. 그도 아니면 번역이 잘못된 건가. 참 진도가 나가질 않는 상황이었지만 읽고 또 읽었다.

왠지. 김중혁씨 글 같다. 김중혁씨가 서평의 형식 뿐 아니라 문체 자체에 영향을 받았나. 재치발랄함이 김중혁씨만의 색깔이라 생각하고 사랑에 푹 빠져버린 건데 왠지 막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스타일이 마음에 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그 남자는 다른 누군가의 '키치'에 불과했다면, 그 사실을 알게 된 게 지금의 이 기분일까. (근데 사람의 스타일에도 '키치'라는 말을 붙이는 게 가능한가?)

심란한 마음으로 좀 더 읽다 그대로 잠이 들었다. 꿈에서 난, 여행을 가려고 공항에 있었고. 근데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그래서 급취소해 버렸고. 부산으로 목적지를 변경했는데 부산친구 별총총은 내가 간단 소리에 서울로 올라와 버리고. 뭐 그런 엉망진창인 상황이었다. 그러다 공항 앞에서 우연히 김중혁씨를 만나고, 만나자마자 첫눈에 반하고, 그렇게 사랑에 빠져... 그 후의 이야기는 계속 적고 싶으나 김중혁이란 검색어로 이 글에 접근할 수도 있는 미성년자를 생각해서 참겠다, 고 하고는 싶으나 솔직히 말하면 그 순간 잠에서 깨버렸다.

잠에서 깬 후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드디어 미쳤구나"였고, 계속 이어서 꾸고 싶단 생각을 하긴 했으나 불가능한 일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포기했다. 아 이런 꿈이라니. 몹시 우습게도 완전 꿈이었는데도 왠지 난 미안해졌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마치 바람이라도 피운 느낌이라. 정말 드디어 미친게지. (어쩌면 미안해해야 할 사람은 ex-남친이 아니라 김중혁씨인지도. 죄송합니다. 엥)

(어쨌든. 김중혁씨가 아닌 책으로 다시 돌아와서) 충분한 수면을 취했음에도, 뭐가 문제일까. 1. 닉 혼비가 써놓은 목록에 내가 모르는 책들만 쫙 나열되어 있다. 2. 편집상의 문제가 있다. 3.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다. 4. 자체가 원래 잘 안 읽히는 책이다. 정답은?

음- 전혀 모르는 책들만 나열돼 있다 쳐도 그건 별 문제가 없는 듯 하다. 닉 혼비는 책의 내용을 알고 있다고 가정하고 책에 대해 논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 그 밖의 이야기들에 대해 쓰고 있으니깐.

편집면에서 보면, 수록된 책 제목이 일단 번역된 서명을 쓰고 그 옆에 원서명을 적었는데 왠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서명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한국판 서명을 적어 놓았는데 (물론 앞으로 넘겨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뭔가 적절하지 못한 듯 하다. 차라리 원서명이 주가 되는 기술 방법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영어를 공부하지 않은 독자를 우선으로 한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서명은 '이름'의 한 종류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번역은 그리 나쁘지 않았으나, 때로 어떤 단어의 선택이 적적한 거였나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쩔 수 없겠지. 외국어를 한국어로 아무리 정확하게 옮기려 해도 절대 완벽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서로 읽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원서를 읽기 위해 영어공부를 더 할까도 잠시 고민해 봤지만, 음- 그냥 한국 사람이 쓴 국내서만 읽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는 유혹의 목소리가 자꾸 어디선가 들려와서- 어떻게 될지는 두고봐야겠다.

어차피 정독해야 할 종류의 책도 아니고 해서 제일 뒷부분만 읽고 '옮긴이의 글'을 펼쳤다. 아- 근데 첫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가장 인기 있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이라니. '가장 -한 사람 중 한 명'이란 표현은 논리적으로 너무 맞지 않아서 싫어하는데, 첫문장에서 들이대고 있으니. 내가 재밌게 읽지 못한 책임을 모두 옮긴이에게 돌려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갖게 되었다. 부당하겠지만 어쩌겠나. 이 첫문장으로 역자는 번역체에 길들여진 사람으로 낙인 찍혀 버렸는데. (이런 억지가 또 어딨냐고 따진다면, 사과할 용의는 얼마든지 있다. 엥)

그래도 이 책이 완전 흥미롭다는 사실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오예- 나도 바로 번역체!) 뻔하디 뻔한 서평보다는 작가가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 등에 대한 솔직한 얘기를 듣는 게 훨씬 흥미로우니깐 말이다.
게다가 어차피 난 씨네21 같은 잡지를 볼 때도 영화 정보보단 편집자의 말이나 맨 뒤에 수록된 칼럼을 더 열심히 읽고 그런 것만 기억에 남겨 두는, 원래 이런 애였다. ......응? 그럼 "우와 이 책 엄청 짱이다"라는 반응으로 시작했어야 하지 않나. 뭔가 일관적이지 않다.

그렇지만 김중혁씨에 대한 사랑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 덕분에 그런 꿈까지 꿔서 (중간에 잠깐 실망할 뻔 하긴 했지만) 또 하루종일 김중혁씨의 생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고, 결국 더욱 더 김중혁씨가 좋아졌다는 일관적이고도 뻔한 얘기를 남기게 됐다. 이거면 충분하지 뭐.
:
Posted by libhyon
2011. 4. 26. 09:06

대책 없이 해피엔딩 책 이야기2011. 4. 26. 09:06

김중혁씨로 검색을 하다 읽게 된 '대책 없이 해피엔딩'. 이걸 읽다 보니 어느새 김연수 & 김중혁님 조합을 사랑하게 됐다.

책을 읽으며 어지간해선 발췌를 안하는 편이지만, 공감할 만한 내용 한 군데와 내가 김중혁씨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잘 나타나는 곳 한 군데를 표시해뒀다.

첫번째는 시의성이 있는 내용.

천재 물리학자와 천재 수학자의 뜨거운 대결이라는 카피로 선전되지만 실은 두 남자의 끈끈한 우정을 다룬 것이 아닌가 싶은 <용의자 X의 헌신>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천재 물리학자의 말이다.
"난 그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답에 이르는 과정은 완전 반대야. 물리학자는 관찰하고 가설을 세운 다음 실험으로 그걸 증명해나가지만 수학자는 머릿속에서 모든 걸 시뮬레이션하지. 수학자는 보는 각도를 달리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거야."
확대해석하자면 세상에 라이벌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자와 물리학자가 답에 이르는 과정이 전혀 다르듯 사람들이 자신의 목표에 이르는 방식은 모두 다르다.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 중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없다. 1등과 2등을 가리는 스포츠는 그런 점에서 잔인하다.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라이벌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두 사람은 전혀 다르다. 김연아는 아사다 마오보다 힘차고 정확하다. 아사다 마오는 김연아보다 우아하고 부드럽다. 김연아는 그렇게 자신을 완성해나갈 것이다. 아사다 마오는 그렇게 자신을 완성해나갈 것이다. 그 둘을 비교하는 잣대는 예술적 완성도가 아니라 회전의 정확성과 더 적은 실수다. 공평한 것 같지만 잔인하다.
(p. 107-108)

두번째는 김중혁씨 사랑해...엥-

달라진 점도 있다. 예전 영화의 잡담이 문화적 취향의 언급인 데 반해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잡담과 수다는 영화와 교묘하게 얽혀 있다. 이제부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에 등장하는 잡담의 의미를 자세히 살펴보려고 하는데,글 앞부분에서 잡담을 너무 많이 하는 바람에 지면이 부족하다. 흠, 아쉽지만 여기서 이만.
 (p. 277)

:
Posted by libhyon
2011. 4. 26. 00:35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뭐냐.. 지금 이야기2011. 4. 26. 00:35

"무슨 노래를 부르든 환호를 해주는, 오늘 공연에 오신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하면 참 편해요. 근데 저흰 다시 악기를 들고 전국을 떠돌 겁니다. 저희를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하고 음반을 파는 게 진짜 실력이라 생각하거든요." - 좋아서하는밴드 조준호 -
좋아서하는밴드의 단독공연을 보고 미투데이에 남긴 한줄의 감상평(을 대신한 조준호씨의 한마디)이다. 공연을 보고 나면 고민 끝에 가장 그럴싸한 한 문장으로 표현을 해놓지만, 과연 그 한 문장으로 요약이 가능한 걸까.
핵심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럼 그 핵심을 제외한 것들은- 핵심보다 1g 정도 부족하여 핵심이란 타이틀을 얻지 못한 '덜핵심'은 그렇게 밀려나게 되는 걸까.

아직도 생각한다.
내생애 가장 찌질한 상태에 놓이지 않았다면, 아니 찌질한 상태에 놓이게 된 일부터 짚어나가야 할까. 어쨌든 그런 일들로 인해 내 마음의 여유가 한 톨보다도 작은 상태가 되지 않았다면, 그 형이란 분이 그때 그렇게 죽지 않았다면,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구해졌다면, 우리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았다면, 근데 다음날 일본에 쓰나미가 밀려오지 않았다면, 일본에 누님이 계시지 않았더라면, 그 때 내가 그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시간에 그 곳에 가지 않았다면, 그날 저녁 그 사람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래서 문자메시지의 내용이 달라졌더라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아니, 이 일들을 '벌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는 일'로 가정하지 말고, 지금 상태에 대한 원인으로 생각해본다면.
내가 찌질해서였을까. 벼룩의 심장보다 더 작은 마음 때문이었을까. 틀어진 계획 때문이었을까. 모든 게 우리의 이별을 바라는 듯이 흘러가는 그 때 그 당시의 일들 때문이었을까.
이 모든 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그 어느 것 하나 원치 않았지만 다만 그렇게 흘러갔을 뿐이고, 다만 멈추지 못했을 뿐이고, 그래서 정신 차려보니 이 모든 게 이렇게 완성(?)되었을 뿐이...다...?

굳이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일이 그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펼쳐졌을 뿐이라고. 이런 말로 설명하면 너무 뻔하고 책임감 없고 맥빠지는 걸까.

누군가 죽으면 원인을 찾아 한 단어로 결론 내리고, 누군가와 이별하면 또 그 원인이 누구에게 있었는지 파헤치려 든다.
성적비관, 경제적 이유, 성격차이, 배신.
이런 단어들을 붙여놓으면 그걸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이 조금은 더 편해지는 건지, 항상 궁금해진다.

지난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이슈는, 이슈가 되기에 충분한 '사건'이었지만 굳이 그 이유를 찾는 과정까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못 찾겠다. (응?) 그냥 그렇게 흘러가 버렸으니, 그렇게 되었구나 생각하면. 부족한 걸까.




'대책없이 해피엔딩'의 김연수씨 부분을 읽다보니, '35세'라는 기준점이 나온다. 홍상수 감독이 자기 영화는 35세미만관람불가 등급이라 했다 하고, 우디 앨런의 영화에서는 어른의 생각을 하는 것도 35세가 지났기 때문이라 설명한다.'서로 죽이네, 살리네, 당했네, 복수하네, 그랬겠지. 35세 미만의 시절에는 이런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던 것 같다.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결정하고.'
이 부분을 읽다 보니 혹시 그 사람과 나 사이에 '35세 기준점'이 존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든다. 물론 김연수씨는 이런 생각을 하라고 쓴 게 절대 아니라 하겠지만.
'35세 기준점'이 실은 이 모든 일이 이렇게 흘러가 버리도록 만든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뭔가 그럴싸하다. (대체 어디가...)

굳이 이유를 찾아야 하냐고 따지던 나조차 자꾸 이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는 걸 보면, 무슨 일에든 원인을 찾아 표딱지를 붙여버리려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어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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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읽은 게.  (2) 2010.11.18
:
Posted by libhyon
2011. 4. 11. 01:53

kormarc librarian2011. 4. 1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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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0 변형문자표시


3) 2XX 필드
240 통일서명 (한 레코드 내 130과 240을 중복 사용할 수 없다 / 통일서명이 240필드에 기술될 때는 기본표목으로 100,110 또는 111필드가 채택되어 있는 경우)
245 서명저자사항
250 판사항
255 지도제작의 수치데이터
260 발행사항
263 발행예정일자 (완전한 서지데이터가 입력되는 시점에서 삭제)


4) 3XX
300 형태사항
 300  \a페이지 :\b삽화 ;\c크기 +\e딸림자료


5) 4XX
440 총서사항 / 부출표목
490 총서사항 / 부출되지 않거나 다르게 부출되는 총서명 (다르게 부출되는 총서명은 830태그에 기술)
 49000 \a연구보고서
 830 0 \a연구보고서(한국원자력연구소)


6) 5XX
500 일반주기사항
501 합철주기
502 학위논문주기
504 서지 등 주기
505 내용주기
506 이용제한주기
507 그래픽자료의 축적주기
510 인용/참고주기
520 요약 등 주기
521 이용대상자주기
533 복제주기
534 원본주기
536 기금정보주기
580 연관저록 설명주기
586 수상주기


7) 9XX
900 로컬표목 - 개인명 (표목으로 채택된 개인명과 다르게 부출할 개인명 기술)
 1001  \a미우라 아야코
 90011 \a삼포능자
 1001  \aKennedy, John F.
 90011 \a케네디, 존 에프
910 로컬표목 - 단체명
911 로컬표목 - 회의명
930 로컬표목 - 통일서명
940 로컬표목 - 서명
 24510 \a2002년
 940  \a이천이년
949 로컬표목 - 총서명
950 로컬표목 -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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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0) 2011.04.11
:
Posted by libhyon
2011. 4. 11. 00:09

분류 librarian2011. 4. 11. 00:09

000 컴퓨터 과학, 지식 시스템
 010 서지, 서지학
 020 문헌정보학 및 도서관학
 030 백과사전 및 사실에 관한 책
 040 [미사용기호]
 050 잡지, 저널, 연속간행물
 060 학회, 협회, 단체, 조직, 박물관
 070 뉴스미디어, 저널리즘, 출판
 080 인용
 090 필사본, 희귀자료, 고서

100 철학
 110 형이상학
 120 인식론
 130 초심리학, 신비주의
 140 특정철학학파
 150 심리학
 160 논리학
 170 윤리학 (도덕철학)
 180 고대 중세 동양철학
 190 근대서양철학
 
200 종교
 210 종교철학 및 종교이론
 220 성서
 230 기독교 및 기독교 교리신학
 240 예배 및 행사
 250 목회 및 목회학
 260 기독교단체 사회사업 참배
 270 기독교사
 280 기독교교파
 290 기타종교

300 사회과학 사회학 인류학
 310 통계 통계학
 320 정치학
 330 경제학
 340 법률
 350 행정 행정학 군사학
 360 사회문제 사회서비스
 370 교육
 380 통상 커뮤니케이션 무역
 390 관습 에티켓 민속 민속학
 398.209519 한국 신화 설화

400 언어
 410 언어학
 420 영어 및 고대영어
 430 독일어 및 관련어
 440 불어 및 관련어
 450 이탈리아어 루마니아어
 460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470 라틴어 고대이탈리아어
 480 고대 및 현대 그리스어
 490 기타언어

500 과학
 510 수학
 520 천문학
 530 물리학
 540 화학
 550 지구과학 지학
 560 화석 및 선사시대 생명체
 570 생명과학 생물학
 580 식물(식물학)
 590 동물(동물학)

600 기술 테크놀로지
 610 의료 및 보건
 617.95 성형
 617.96 마취
 620 공업 공학
 630 농업 농학
 640 가정학 가정관리
 650 경영학 홍보
 660 화학공업
 670 제조업
 680 특정제조업
 690 건물 및 건축

700 예술
 710 조경 도시계획 지역계획
 720 건축술
 730 조각 요업 금속세공
 740 데생 장식예술
 750 회화 회화작품
 760 그래픽아트
 770 사진술 사진작품 컴퓨터아트
 780 음악
 790 스포츠 게임 오락

800 문학 수사학 비평
 810 미국문학
 820 영문학
 830 독일문학
 840 프랑스문학
 850 이탈리아 루마니아문학
 860 스페인 포르투갈 문학
 870 라틴문학 고대이탈리아문학
 880 고대 및 현대 그리스문학
 890 기타문학

900 역사
 910 지리 지리학 여행
 920 전기 보학
 930 고대사
 940 유럽사
 950 아시아사
 960 아프리카사
 970 북미사
 980 남미사
 990 기타지역역사


T.1 표준세구분표
-01 철학 이론
-02 잡록집 논문
-03 사전 백과사전
-04 특수주제
-05 연속간행물
-06 조직 경영
-07 교육 연구
-08 전기
-09 역사 지리


T.2 지역구분표
-1 일반적지리 장소
-2 persons 전기자료
-3 고대세계
-4 유럽 서유럽
-5 아시아
-6 아프리카
-7 북미
-8 남미
-9 다른지역


T.3 문학형식구분표
-1 시
-2 희곡
-3 소설
-4 수필
-5 연설
-6 편지
-7 유머 풍자
-8 잡저
(800 주류+언어+문학형식+시대)


T.4 언어공통구분표
-01-09 표준세구분
-1 체계 음운 음성
-2 어원
-3 사전
-5 문법
-7 시대 지역변형
-8 규범 문법(언어학습..)
(400 주류+언어+제요소)


T.5 민족 및 국가군 구분표
-1 북미
-2 영국 앵글로색슨
-3 독일
-4 라틴
-5 이탈리아 로마
-6 스페인 포르투갈
-7 other italic people
-8 그리스
-9 기타
 -957 한국


T.6 국어구분표
-1 인도유럽어
-2 영어 고대영어
-3 독일어
-4 로마어
-5 이탈리아어
-6 스페인 포르투갈어
-7 고대이탈리아어
-8 헬라어
-9 기타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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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d by libhyon
2011. 3. 5. 03:43

좋아해. 어려워. 지금 이야기2011. 3. 5. 03:43

1. 좋아하니깐 기대하게 되는 거야. 기대가 큰만큼 실망하는 거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기대하지 않고, 그렇다면 화낼 일도 없겠지. 오빤 나한테 기대 안해?

응. 기대 안해. 그냥 너란 존재 자체에 감사하고, 니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니깐.

- 옆에 있는 사람에게 항상 더 많이 화내곤 했던 나의 머리를 뎅- 하고 치는 얘기.



2. ...누굴 좋아한다는 것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동경하는 마음은 다른 여러 감정을 동시에 품고 있다. 그래서 순식간에 전혀 다른 쪽으로 흐를 수 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게 아니고 내 머릿속의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자신의 상상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면 순식간에 나쁘고 밉게 보이는 것.

오지은, 홋카이도 보통열차, p.83



3. 머리와 감정을 일치시키는 게 내가 풀어야 할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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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Episode 1. Ener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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